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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증권사 ESG] ①“구색 맞추기, 얼개만 갖췄다”

[걸음마 뗀 증권사 ESG] ①“구색 맞추기, 얼개만 갖췄다”

기사승인 2021. 10. 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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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ESG] ESG위원회 등 외형 갖췄지만
실무진 교육 등 내재화는 아직
"사업에 반영할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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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형체 없이 모호해서 공염불에 그치기 쉽다. 추상적인 숫자 뒤에 놓인 구체적인 성과를 헤아리기 어렵다. ESG가 글로벌 투자의 핵심 잣대로 등장한 지금, 너도나도 ESG를 외치지만 뚜렷한 활약상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국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ESG를 두고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초기 ESG 경영 실태를 들여다 본다. 【 편집자주】

아시아투데이 장수영 기자 =‘의욕적으로 꾸린 ESG위원회, 회의는 1년 동안 달랑 2회’ ‘화려한 ESG 경영 선포, 실질적인 프로그램은 전무’…

금융투자업계에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온다. 세계적으로 ESG 관련 투자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ESG 투자성공 사례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지난해 말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ESG 경영 시스템을 마련하고 전사적인 활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기본적인 조직만 갖췄을 뿐 ESG 경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욕적인 출발, 액션 플랜은 글쎄”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B증권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모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ESG 관련 의사결정을 담당하는데 주로 외부 전문가와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ESG위원회 밑에 ESG임원협의회, ESG실무협의회, ESG추진팀 등 4단계에 걸친 거버넌스(governance)를 마련했다. ESG임원협의회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포함해 부문 대표급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ESG실무협의회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전략과제의 전사적 이행을 맡는다. ESG추진팀은 ESG·기후변화 정책 및 전략 수립하는 역할로, 팀장 포함 4명이 상시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 중이다. ESG 대응 TFT는 기존의 ESG 대응체계를 진단하고 ESG 전담인력과 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한다. 경영성과에 ESG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평가지표 등을 개발한다. 이밖에 이들 증권사는 탈석탄 금융, 비정기적 ESG 리포트 발간, 사업장 탄소에너지 저감 등을 선언하며 ESG 경영에 발을 내딛고 있다.

ESG채권 발행과 주관, 인수 등 IB분야에서도 ESG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첫 ESG 회사채를 발행했다. 당초 목표액은 10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3800억원이 몰려 500억원을 증액했다. ‘채권시장(DCM) 강자’ KB증권의 경우 ESG 채권 발행 주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소셜본드, SK에너지·GS칼텍스·TSK코퍼레이션 그린본드, 롯데지주 지속가능본드 등 다양한 ESG채권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성장 스토리’에서 ‘ESG스토리’로…원칙의 내재화 필요
초대형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ESG 경영을 위한 환경을 갖춰나가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만 뗀 수준이다. 국내에서 ESG 경영이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해도 1년 동안 제대로 된 원칙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증권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원칙의 부재는 ESG위원회가 열리는 빈도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간 2회의 ESG위원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3월과 9월 두 차례 개최했다. 삼성증권과 KB증권 역시 ESG위원회를 반기별 1회씩 연다. 한국투자증권은 정해진 횟수 없이 ESG 관련 이슈가 발생하면 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ESG 경영의 사내 내재화도 필요하다. ESG를 위한 조직 개편도 중요하지만 실무진의 이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ESG 경영은 개념이 모호해 명확한 원칙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실무진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가 별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진 않고 있다. 그나마 미래에셋증권이 수시로 ESG 관련 세미나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회사는 자본시장과 산업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만큼 ESG채권 발행 주관, 인수뿐만 아니라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에서 폭넓게 ESG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기업의 ‘성장 스토리’에 주목했다면 이제 ‘ESG 스토리’도 함께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로커리지 분야에서 역시 ESG 금융상품에 대한 시장조성 등 ESG 투자 수요 증가에 부합하는 상품이 요구된다. 다만 ESG 시장 형성도 함께 필요할 전망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을 두고 ESG 관점과 수익성 관점이 상충될 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대한 원칙과 프로세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ESG에 대한 시각, 단일화된 시각을 전사적 차원에서 실무자들과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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