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보강 수사 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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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팎에서는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하는 대가로 검찰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이른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성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20일 뇌물공여 약속 등 혐의로 체포된 남 변호사를 석방했다. 수사팀은 “체포시한 내에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석방 사유를 밝혔지만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초 수사팀은 남 변호사를 입국하자마자 체포했을 만큼 그의 신병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남 변호사를 석방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 기각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씨에 이어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까지 기각될 경우 수사에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 모드’에 들어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검찰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 변호사의 급작스러운 귀국, 적극적인 조사 태도 등을 볼 때 검찰과 남 변호사 사이의 플리바게닝이 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국내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때문에 검찰이 구형으로 약속을 지키더라도 법원은 이를 따를 의무가 없다.
남 변호사가 귀국하기 전 다수의 언론과 접촉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검찰이 남 변호사를 석방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남 변호사가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한 것은, 사실상 구속영장 발부 사유 중 하나인 ‘도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A부장검사는 “체포한 뒤 48시간을 조사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형수사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다”며 “(남 변호사가) 갑작스럽게 귀국해 수사팀이 준비가 덜 됐거나, 명확한 혐의가 없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B차장검사는 “남 변호사가 협조했을 것 같지 않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돼서 (수사팀은)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며 “수사팀이 완전히 자신이 없었다면 일단 풀어주고 다시 구속영장을 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수사팀은 이날 남 변호사와 김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영학 회계사를 동시에 소환해 조사하고 성남시청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하는 등 추가 진술 및 증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뒤 남 변호사와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