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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안사돈이 고위 공직자인 바깥사돈에게 유치장에 들어온 이유를 물었다. 바깥사돈도 “세상에 이렇게 답답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탄식을 했다. 큰 수레가 하나 있길래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포장을 걷으니 돈이 가득 실려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단지 모두가 쉬쉬하며 저어하는 수레를 치웠을 뿐, 돈을 짊어지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 “그것이 무슨 큰 죄가 되느냐”는 반문이었다.
노자 〈도덕경〉에 ‘도상무위이무불위(道常無爲而無不爲)’라는 말이 있다. ‘도(道)는 늘 하는 일이 없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노자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도 대신 ‘돈(錢)’ 자를 넣었을 것이다. 사마천도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사람들은 상대의 재산이 자신보다 10배가 넘으면 시기하고 헐뜯지만, 천 배 만 배가 넘으면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복종한다’고 했다.
하물며 도는 안중에도 없고 돈이 최고인 요즘이야 오죽하겠는가. 선거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큰 정치인일수록 자금을 잘 주물러야 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대의 권력자는 큰 도둑이 되기 십상이다. 좀도둑은 금고 속 돈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금고를 통째로 훔친다. 좀도둑은 법을 두려워하지만 큰 도둑은 법을 활용한다. 작은 도둑은 ‘도둑놈’으로 전락하지만 큰 도둑은 ‘도둑님’으로 추대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배짱 좋은 도둑님도 사람인 이상 구린 짓을 감추기 위해 자꾸 무리수를 두기 마련이다. 그렇게 애먼 사람을 잡거나 일을 더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진영의 논리나 사익에 눈이 멀어 도둑님을 숭배하다가 나라가 공멸의 늪으로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나라살림은 한번 기울어지면 회복이 요원하다. 그 폐해와 고초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가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