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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도둑놈 도둑님

[아투 유머펀치] 도둑놈 도둑님

기사승인 2021. 11.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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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공교롭게도 사돈끼리 유치장에서 마주앉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한쪽은 아들을 둔 바깥사돈이고 한쪽은 딸을 시집보낸 안사돈이었다. 서로가 무안하고 민망해서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바깥사돈이 겨우 말문을 열었다. “사돈! 어쩌다가 이렇게…” 안사돈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돈이 없길래 그냥 들고 나왔어요. 주인에게 ‘외상’이라고 말을 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이번에는 안사돈이 고위 공직자인 바깥사돈에게 유치장에 들어온 이유를 물었다. 바깥사돈도 “세상에 이렇게 답답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탄식을 했다. 큰 수레가 하나 있길래 집으로 끌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포장을 걷으니 돈이 가득 실려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단지 모두가 쉬쉬하며 저어하는 수레를 치웠을 뿐, 돈을 짊어지고 들어온 것도 아닌데 “그것이 무슨 큰 죄가 되느냐”는 반문이었다.

노자 〈도덕경〉에 ‘도상무위이무불위(道常無爲而無不爲)’라는 말이 있다. ‘도(道)는 늘 하는 일이 없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노자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도 대신 ‘돈(錢)’ 자를 넣었을 것이다. 사마천도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사람들은 상대의 재산이 자신보다 10배가 넘으면 시기하고 헐뜯지만, 천 배 만 배가 넘으면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복종한다’고 했다.

하물며 도는 안중에도 없고 돈이 최고인 요즘이야 오죽하겠는가. 선거에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큰 정치인일수록 자금을 잘 주물러야 한다. 그래서 자본주의 시대의 권력자는 큰 도둑이 되기 십상이다. 좀도둑은 금고 속 돈을 훔치지만 큰 도둑은 금고를 통째로 훔친다. 좀도둑은 법을 두려워하지만 큰 도둑은 법을 활용한다. 작은 도둑은 ‘도둑놈’으로 전락하지만 큰 도둑은 ‘도둑님’으로 추대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배짱 좋은 도둑님도 사람인 이상 구린 짓을 감추기 위해 자꾸 무리수를 두기 마련이다. 그렇게 애먼 사람을 잡거나 일을 더 악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진영의 논리나 사익에 눈이 멀어 도둑님을 숭배하다가 나라가 공멸의 늪으로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나라살림은 한번 기울어지면 회복이 요원하다. 그 폐해와 고초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가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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