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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수도 빌뉴스에 유럽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대만대표처 개관을 허가한 리투아니아의 행보를 살펴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23일 전언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는 원래 2020년 10월 직전까지만 해도 반중(反中) 노선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10월 실시된 총선에서 친미 우파 정당인 국토연합당이 승리하면서 분위가 상당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적극적 권유가 나름 상당히 작용한 탓에 친대만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여기에 리투아니아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약속한 대만의 노력까지 더해졌다.
리투아니아는 결국 지난해 3월 초 타이베이(臺北)에 경제무역대표처를 설립할 것이라면서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천명하기에 이른다. 이어 6월에는 대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즘(코로나19) 백신 2만회분을 지원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5개월 후인 11월 18일 빌뉴스에 대만대표처가 문을 연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대만이 제공을 약속한 인단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해도 좋았다.
당연히 중국은 반발했다. 리투아니아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를 통한 경제 보복도 가했다. 리투아니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바로 이때 대만이 예상대로 흑기사로 등장했다. 중국이 통관을 거부한 리투아니아산 럼주 2만병을 시가의 최대 6배 가격으로 사들인 것이다. 대만은 최근 내친 김에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게 바로 10억 달러(1조1900억 원) 규모의 여신기금을 조성, 중국의 지속 압박으로 고전하는 리트아니아를 지원하겠다는 결정이 아닌가 보인다.
대만은 조만간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과도 관계 개선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 곧 남미 니카라과에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을 보내 기존의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으로도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돈보따리를 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대만의 인단외교에 대응하기 위해 제3세계 등에 대한 지원 예산을 대대적으로 증액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