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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혼’ 명절 스트레스 줄이는 화법…‘공감대 형성’ 노력해야

‘갈등·이혼’ 명절 스트레스 줄이는 화법…‘공감대 형성’ 노력해야

기사승인 2022. 01. 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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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연봉·연애·결혼·출산 등 민감한 대화 배제해야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 이해하고 배려하는 화법 필요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설 명절에는 아무래도 대화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보듬고 아끼는 대화로 가득하면 좋겠지만, 대화가 많아지면 상대를 공격하거나 상처를 주는 등의 필요치 않은 말이 섞이기 쉽다. 2년 넘게 지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신이 지친 가운데 설 연휴도 길어, 그 어느때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화법,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명절 제1의 대화법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에서부터 시작한다. 취직이나 연봉, 결혼과 연애·출산 등 지극히 사적이고 예민한 질문 공세를 달가워 할 사람은, 비록 가족간일지라도 많지 않다. 대화 주제도 탐탁치 않은 상황에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직설화법이 난무할 경우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는 치솟을 수 밖에 없다.

한규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명절 스트레스의 상당 부분은 민감한 대화 주제와 직설적인 대화법에서 기인할 수 있다”며 “심지어 명절 이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이어도 분명히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모·자식 사이나 형제·자매 사이에서 서로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뜻만을 강요하면서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 ‘부모 말 들어서 손해 볼 것 없다’ 라는 식의 대화법은 서로 간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대화 시작 전 상대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내가 내뱉은 말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어떨지 고민을 한 후 대화를 시작하려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질문하는 사람이 상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어도,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선의가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영역이 침범당한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니까 걱정스러워도, 설 연휴만큼 민감한 대화 주제는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민감한 질문을 받아 기분이 상했다고 해도, 즉각적으로 반발하거나 불쾌감 내지는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감정적으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대화가 오고가다 보면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서다.

설 연휴 이미지
자료출처/게티이미지뱅크
명절 직후 이혼이 증가하는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파국을 막고 행복한 부부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꼽았다. 공감이란 상대방의 현재 감정이나 기분 상태를 빨리 파악해 대처하는 것을 뜻한다. 배우자가 경험하는 사건이나 상황 혹은 걱정하는 것들에 대해 기분을 이해하고 참여해주는 것이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감대 형성은) 상대방이 그렇게 느꼈을 때 ‘나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라고 반응해주는 것”이라며 “배우자가 내게 보내는 감정을 내가 조금 다른 말로 다시 전달해주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지 말고 집중해서 듣고 몸짓이나 표정으로 반응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인정한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나, 이야기를 마치면 더 할 말은 없는지 묻고 상대가 말하고자 한 것을 요약해 들려주는 기술도 필요하다. 부부 간 갈등이 생겨 논쟁이 발생한다면 말투를 살펴봐야 한다. 정 교수는 “부부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라면서 “부부사이에 스스럼없이 대화를 갖기 원한다면 평소 자신의 말투와 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명절 간 발생한 고부간의 갈등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뿐 아니라 부부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에게 불평과 불만의 화살을 쏠수록, 고부간 갈등과 분노만 더욱 증폭되기 마련이다. 개인간 공격을 넘어서 집안문제로 확전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되고 결국 법정에 서는 상황을 맞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참는 것 만이 능사일까. 한 교수는 “무조건 참는 것은 오히려 서로 간의 불만이나 화를 키우고 명절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며 “화를 속으로 삭히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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