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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검정색 터틀넥과 청바지는 애플의 창업자인 故 스티브 잡스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신제품을 발표하는 공식 석상에서 이 옷차림을 고수하면서 검정색 터틀넥과 청바지는 자연스레 ‘혁신’의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CEO인 권 부회장이 검정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은 것도 LG에너지솔루션을 ‘혁신’적인 기업 이미지로 안착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IPO 간담회 때에도 터틀넥을 입고 등장했었죠. CEO인 권 부회장이 스스로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이미지를 혁신과 연결지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권 부회장이 처음부터 이런 차림을 고수했던 건 아닙니다. 과거 LG유플러스 부회장 시절만 하더라도 정장 혹은 셔츠에 재킷을 걸친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을 맡은 이후 젊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권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문화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탄력근무제, 리더없는 날 등을 도입한 것도 이 일환입니다. IT기업, 스타트업처럼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차전지 등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 뿌리는 LG화학입니다. LG화학은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이 분할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LG화학과 비슷한 기업문화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룹의 총수인 구광모 회장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구 회장은 1978년생으로 젊은 총수입니다. 반면 권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故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신임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구 회장이 권 부회장을 그룹의 2인자로 낙점했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큰 만큼 부담스러울 수도 있죠. 과거 삼성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임원들 사이에서는 염색 바람이 불었던 적도 있습니다.
권 부회장이 ‘젊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건 이처럼 다양한 고민의 결과물로 보입니다. 권 부회장의 노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에서 ‘혁신’적인 기업으로 자리잡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