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모서 '적격미달자', 2차선 '배점 1위'...자격조건 낮춰 '특혜' 의혹
산하업체 대표에 '수뢰 압박' 주장도…공제회 "사실 무근" 부인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6월 ‘건설투자부문이사’ 채용을 위한 공고를 냈다. 건설투자이사는 군인공제회의 건설분야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주요 보직이다. 당시 공모에는 16명이 지원했고 공제회는 내외부 심사위원 4명(위원장 포함)을 통해 서류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공제회는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원 불합격 처리했다.
군인공제회는 이어 한달 만인 같은 해 7월 건설투자이사 채용 공고를 다시 냈다. 2차 공모 때는 총 12명이 지원했고,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한 후 상위권 배점을 받은 지원자를 3배수로 추렸다.
문제는 3배수 후보 중 서류심사 배점상 1, 2위를 차지한 A, B씨는 앞선 6월 1차 공모 때 서류심사에서 ‘자격미달’로 불합격 처리된 지원자였다는 점이다. 군인공제회 측이 지원자격을 변경하자 자격미달이었던 A, B씨가 3배수 후보군에 들어간 것이다.
애초 군인공제회는 건설투자이사 지원자격을 ‘건설 분야 실무 및 관리경력 15년 이상 경력자로서 건설사업 분야 임원 경력 2년 이상을 보유한 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공제회는 2차 공모시 ‘임원 경력 2년 이상’을 ‘본부장 이상’으로 낮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회의록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 신원식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15일 군인공제회 국감에서 건설투자이사 공모 자격요건 완화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이사장은 “(1차) 공모를 한 사람을 확인해보니 저희가 요망하는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래서 (대상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자격요건을 조금 낮춰서 제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2차 공모 서류심사에서 가장 높은 배점을 받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출신 A씨와 김 이사장의 관계도 지적됐다. 신 의원은 “(이사 선임을) LH 출신 인사로 하라는 이사장의 특정 지침에 의해서 이사장이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할 때 LH 파트너를 (이사로) 시키기 위해 스펙도 낮추고 그랬다는 제보를 많이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김 이사장과 A씨가 1~2개월 정도 비슷한 시기에 업무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업무상 두차례 정도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당시 공모 특혜 의혹에 대해 “LH 출신을 (채용)하라고 지침을 준 적도 없고 2차 공모 때는 (A씨 뿐만 아니라) LH 출신이 대여섯명 정도 응모를 했다”면서 “누구 한 사람을 과거에 근무했다고 (채용) 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2차 공모 적절성 문제는 이후 진행된 국방부 감사에서도 일부 지적됐다. 국감에서 신 의원의 지적이 있고 내부에서 잡음이 일자, 같은 해 11월 초 국방부는 감사를 진행했다.
국방부 감사팀은 A, B씨에 대한 평가점수가 평가위원(서류심사위원) 간 과도한 점수 편차를 보인 점 등을 들어 신뢰성과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특히 감사팀은 서류심사 평가위원(내부 2명·외부 2명) 구성과 관련, 평가위원을 ‘5~7인 이상’으로 선정하고 과반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인공제회는 국방부 감사 이후 지난해 12월 건설투자이사 채용 공고를 추가로 냈고 현재 채용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2차 공모시 완화한 지원자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공모 지원자격 변경 외에도 현 건설투자이사 C씨에 대한 ‘퇴직 강요 및 업무배제 의혹’도 논란이 됐다. 공제회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를 앞둔 현 건설투자이사가 1차 공모에 응시했는데 김 이사장 측이 당사자에게 이사장 뜻이라며 공모 응시 취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1차 공모 뒤 2차 공모에는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1~2개월 가량 현직 이사 신분임에도 공식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보고라인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C씨는 현재도 근무를 잘 하고 있고 (업무에서) 배제된 적도 없었다”고 부인하고, “(의혹이 제기된) 2차 공모 결과는 취소한 상태이고 현재는 3차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조건 변경은 국방부에 보고 후 공모에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인사 잡음은 본회 인사뿐만 아니라 산하법인체 임원 인사 과정에서도 나왔다. 군인공제회 산하 사업체 김모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군인공제회 측 고위 인사로부터 자신의 뇌물수수 의혹을 전해 들었다.
김 전 대표는 “군인공제회 측이 아무 근거도 대지 않고 무턱대고 ‘업무추진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통보를 들었다”면서 “상법 등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후임자도 선정도 안된 상태에서 퇴임하라는 지시를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당사자인 김 전 대표 본인이 직접 국방부에 감사를 요청했고, 지난해 11월 감사를 받았지만 뇌물수수 의혹이 드러난 바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그는 감사 결과를 최종 통보받은 다음날 퇴직처리됐다.
김 전 대표는 “근거도 없이 산하 사업체 대표가 사업 관련 돈을 먹었다고 음해했다”면서 “통상적으로 후임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근무하는 점 등을 무시하고 퇴직시킨 것은 전형적인 인사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산하 업체 대표에게 뇌물수수 제보를 언급했다는 내용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도 “지난해 11월 국방부 감사는 뇌물수수와는 상관 없는 감사였다”고 말했다.
한편 김유근 이사장은 육사 36기(중장 예편)로 노영민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동향인 충북 청주 출신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으로 임명된 뒤,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발탁되는 등 군 출신으로는 주요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2월에는 15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