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기자의눈] 에코백 증정을 거부합니다!

[기자의눈] 에코백 증정을 거부합니다!

기사승인 2022. 05. 16. 15: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clip20220516150827
에코백은 정말 환경을 생각하는 가방일까. 여름철이면 에코백을 드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가벼운 옷차림에 부담없이 들기 좋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유통업계에서도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숱하게 나눠준다. 대개 기업의 로고가 큼지막이 박힌 에코백이다. 이렇게 세상에 수없이 뿌려진 에코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아마도 옷장 깊숙이 자취를 감추거나, 재활용 수거함으로 직행하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가뜩이나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가운데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광고용(?) 에코백은 소비자 입장에선 처치곤란한 물건이 되어버리곤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의 에코백은 1개면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부터 수많은 기업들은 ‘친환경 사은품’을 지칭하며 에코백을 제품에 끼워 증정해 왔다. 모르긴 몰라도, 열에 아홉은 에코백을 1개 이상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도 많이 주니까 ‘한 철 쓰고 버리자’라는 소비자들의 심리 역시 팽배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에코백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만 못하다고 한다. 덴마크 환경식품부에 따르면 면 재질의 에코백은 7100번, 유기농 면 재질 에코백은 2만 번 이상 재사용 돼야만 실질적인 환경보호 효과를 낼 수 있다. 면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단계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탓이다.

옷이나 가방 등은 생산부터 판매, 구매, 관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이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공해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엄청난 양의 에코백을 찍어내 소비자들에 안기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말이다.

기업들이 사은품 증정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자’는 취지로 에코백을 나눠 주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무리 선의로 시작했어도, ‘환경 보호’라는 본연의 목적과 방향성이 어긋난다면 결국엔 좋은 의도마저 묻히게 된다. 기업들의 친환경 행보가 그저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다 큰 틀에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