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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이야기의 힘’ 한국영화, 변방에서 주류로

‘풍부한 이야기의 힘’ 한국영화, 변방에서 주류로

기사승인 2022. 05. 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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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 Cannes 2022 Awards Photo Call
송강호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연합뉴스
제75회 칸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의 주류로 자리매김 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국영화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데 이어 3년 만에 다시 경쟁부문에서 송강호(남우주연상)와 박찬욱(감독상) 등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한층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한국영화의 칸 도전기는 38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공식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 받아 칸과 첫 인연을 맺었다. 장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이로부터 16년이 걸렸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2000년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고 2년 후인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경쟁부문 도전에 물꼬를 텄다.

FILMFESTIVAL-CANNES/AWARDS
박찬욱 감독이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연합뉴스
한국영화는 이후 꾸준하게 칸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에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등 2편이 동시에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올드 보이’는 황금종려상 다음 순위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칸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다졌다. 2007년에는 전도연이 ‘밀양’(이창동 감독)으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은 ‘박쥐’로 다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한국 감독 최초의 ‘칸 2회 수상자’가 됐다.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수상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박찬욱
박찬욱 감독 ‘아가씨’/아시아투데이DB
한국영화가 세계영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을 꼽는다. 숱한 고난을 극복한 역사적 배경, 역동적인 사회 특성, 고도화된 디지털 환경 등이 이런 힘의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일제의 식민 지배, 군사독재, 민주화 등 굴곡 많은 한국 사회의 역사는 스토리가 풍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디지털 사회가 급속도로 도래하며 누구나 손쉽게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영향도 크다. 콘텐츠 소비자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가운데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문화적 특성이 관련 산업의 분발을 견인하는 선순환이 되고 있다.

‘헤어질 결심’은 중화권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고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인 ‘브로커’에는 한국 톱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가 앞으로 다른 나라와 활발한 협업으로 세계영화의 주류로서 입지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수상작은 한국 감독들이나 배우들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편입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이제는 우리나라 배우들이 외국 작품에 들어가고, 한국 감독들은 외국 배우들이 나오는 작품을 연출하는 흐름이 더 일반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상수
홍상수 감독/아시아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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