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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명과 생명을 잇는 다리

[칼럼] 생명과 생명을 잇는 다리

기사승인 2022. 06.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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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의학박사·외과 전문의)
얼마 전 신문 보도에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대륙을 잇는 다리를 우리나라 건설팀들이 세계에서 제일 먼저 건설하였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바로 터키의 “차나칼레 다리”인 것이지요.

본 글의 제목인 생명과 생명을 잇는 다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평소에 알지 못하고, 고통에 시달리는 남을 위하여 아름답고 이타적인 신념으로 자기 몸의 장기를 기증하여 여러 환자의 생명과 새 삶을 이어주는 바로 뇌사자에 의한 장기이식입니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 최고의 의료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장기이식 분야는 거의 독보적인 수준입니다. 뇌사장기기증은 자발호흡이 불가능하고 어떤 치료에도 회복이 불가능하여 수 일 또는 수 주 이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며, 환자의 가족이 기증의 숭고한 뜻을 이해하여 동의한 경우에 한해 뇌사조사 2회, 뇌파검사 및 뇌사판정위원회의 판정을 거쳐 엄격하고 까다롭게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는 점차 노령 인구가 많아지고 있어 생리적 장기기능의 저하로 소위 만성 장기부전에 빠지는 환자의 수는 증가할 것이고,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도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올해 뇌사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전국에서 이미 4만 명이 넘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기증자는 적은데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하루 평균 약 6명 정도는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고 있으며, 일년이면 약 2500여 명이 사망한다는 안타까운 통계가 현실입니다. 이들은 장기이식만 하면 건강한 생명 유지가 가능한 사람들이기에 기증에 대한 적극적인 활성화가 시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식 대기자에 비해 장기기증자의 절대 수가 너무 부족한 것입니다.
혹시 독자 중에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희망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기증의 최종 결정은 선순위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우리나라는 뿌리 깊이 박힌 유교 사상과 신체 훼손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많은 가족이 기증 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본인이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다 할지라도 깊은 혼수에 빠진 뇌사추정상태에 이르면 본인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외국에서처럼 본인의 장기기증희망등록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매년 9월 중 두 번째 월요일부터 1주간을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온 국민이 가족의 생각을 나눠보는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합니다. 가족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장기 기증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여야겠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생명을 나눠 준 기증자와 그 가족들은 우리사회를 아름답게 이끌어가는 “조용한 영웅”입니다. 이들을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장기기증자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뜻을 우리는 기억하여야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는 중장기 계획으로 뇌사자에 대한 예우, 추모 및 유가족 돌봄에 많은 계획과 노력을 차근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에 장기기증이 자랑스러운 문화가 되도록 교육과 홍보에 더욱더 많은 힘을 써야 할 것이며 앞으로 10년 후,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이식할 장기의 부족으로 수술 못 받고 운명하시는 만성 말기 장기부전증 환자가 한 분도 없는 나라가 되길 꿈꾸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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