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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

[이효성의 자연에세이] 무논의 개구리 울음소리

기사승인 2022. 06.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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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의 자연 에세이 최종 컷
동물들 가운데에는 소통을 위한 발성기관을 가진 것들이 더러 있다. 포유류와 조류는 입과 목구멍을 이용하여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상당한 수준의 소통도 가능하다. 돌고래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소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고기 가운데 민어나 조기처럼 산란기에 소리를 내는 것들도 있다. 곤충들 가운데에는 매미목의 매밋과, 메뚜기목의 귀뚜라밋과 그리고 여칫과의 것들에게 소리를 내는 발음기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청각 기관이 있다. 이들은 잘 발달된 독특한 음향 체계를 갖고 있다. 특히 매미의 경우는 배에 울림통이 있어서 상당히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발성기관으로 소리를 내고 그것으로 소통하는 동물로 양서류의 개구리 무리를 빼놓을 수 없다. 개구리 수컷은 볼이나 턱밑에 있는 울음주머니를 이용하여 암컷이 알을 낳을 무렵 일종의 짝짓기인 포접(抱接·암수가 서로 몸을 밀착시켜 생식구를 근접시킨 상태에서 암컷이 낳은 알에 수컷이 즉시 정액을 뿌리는 체외수정 행위)을 위해 암컷을 유인하려는 요란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듣고 암컷이 다가오면 수컷은 그 등 위에 올라타 앞다리로 암컷의 배를 눌러 알이 밖으로 나오도록 하여 그 위에 사정한다.

개구리들의 포접은 대체로 5월과 6월, 특히 6월의 모내기를 위해 물을 가둬놓은 무논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무렵 무논이 있는 곳에 가면 포접을 위해 암컷을 유인하는 수컷의 낭자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들의 소리는 멀리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버려 /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고재종, 〈6월의 동요〉 중에서]. 이때 수컷들은 울음 주머니를 이용하여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이다. “강 건너 무논 개구리들은 / 얼마나 길길이 울어대데.”[김용택, 〈섬진강 19〉 중에서].

그래서 늦봄이나 초여름의 농촌에서는 무논의 개구리들 울음소리가 실로 요란하다. 농촌의 여름은 개구리 소리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소나기라도 오려는 듯 후덥지근한 날에는 참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낭랑하다. 밤에 사방이 고요해지면 이들의 울음소리는 더욱더 높아진다. 이때 논이 있는 농촌에서 소리라고는 온통 개구리들의 사랑가뿐이다. 농촌은 본래 한적하고 조용하기에 그 사랑가는 더 유난하다. 그 소리가 하도 요란하고 집요해서 그 소리에 신경을 쓰면 정신이 혼미하고 아득해진다. “개구리가 저렇게 / 푸른 울음 우는 밤, /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오세영, 〈6월〉 중에서].

개구리는 미물이지만 인간과 상당히 가까운 동물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우물 안 개구리”,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 외에도 개구리를 빗댄 속담이 많다. 예컨대 “개구리 낯짝에 물 붓기”, “개구리 돌다리 건너듯”,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 “꺽지탕에 개구리 죽는다”, “꼿꼿하기는 개구리 삼킨 뱀”, “구렁이 개구리 녹이듯 한다”, “방죽을 파야 개구리가 뛰어들지”, “뱀의 세상에 난 개구리”,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움츠린 개구리가 멀리 뛴다”, “장마 개구리 호박잎에 뛰어오르듯”, “황소 뒷걸음에 잡힌 개구리” 등등.

무엇보다 개구리는 그 우는 소리가 하도 높고 유별하여, 여럿이 시끄럽게 떠듦을 뜻하는 “악머구리(참개구리) 끓듯 한다”, 같은 현상이 기분에 따라 달리 보임을 뜻하는 “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 자나 깨나 글만 읽는 사람을 뜻하는 “성균관 개구리”와 같은 속담과 저 유명한 <청개구리 전설>이 생기게 했다. 이처럼 개구리는 그 울음소리로 인해 인간에게 더욱더 친근한 동물인 것이다. 특히 개구리는 그 절절하고 요란스러운 사랑의 세레나데로 사람들로 하여금 때로 잠을 설치게도 하지만, 사람들도 다 나름대로 사랑을 앓고 있기에, 시름에 빠져 동병상련을 느끼게 하는 매우 정서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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