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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인출책’ 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인출책’ 될 수 있다”

기사승인 2022. 07. 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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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이스피싱 합수단' 출범하며 엄단 예고했지만…
갈수록 지능화된 수법…채용·대출 알선 등으로 접근, 금융정보 빼내
"단순 '통장대여'도 엄한 처벌 추세"…선의의 피해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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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성 전주지검장(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한 정부 합동수사단 출범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연합
#서울 논현동 일대 택배 배달원으로 일하는 A씨는 올해 초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서민 대출 진행이 가능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연락을 취했고, 자신을 은행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자는 “기존 통장 거래 내역이 많아야 금리를 낮출 수 있다. 나도 실적을 올려야 하니 거래 내역을 만들어주겠다”며 A씨의 체크카드 및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알고 보니 해당 문자는 가짜였고, 은행직원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다.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한 회사에 지원했던 B씨는 채용 과정에서 급여 이체를 위한 특정 통장개설을 요구를 받고 계좌를 개설했다. 회사는 경력이 부족한 B씨의 채용을 위해서는 임의로 경력을 추가해야 하고, 그러려면 급여 내역을 증빙해야 한다며 통장에 돈을 입금할 테니 받은 뒤 송금해달라는 요구에 응했다. 며칠 뒤 B씨는 자신이 만든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되고 있다며 거래 정지 안내를 받았고, 경찰 조사를 위한 출석도 요청받았다.

정부가 최근 대검찰청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정부 합동수사단’을 출범하고 “민생범죄를 엄단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도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통장개설이 까다로워지면서 이른바 ‘대포통장’ 및 ‘인출책’ 수급을 위한 신종 수법이 성행하는 중이다.

특히 과거에는 ‘단순 통장대여 행위’에 대해 ‘초범’이나 ‘범죄에 이용되는 줄 몰랐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 갈수록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액은 2017년 2470억원에서 지난해 7744억원으로 최근 5년새 3배 넘게 뛰었다. 범죄 피해액이 증가하면서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인이나 가족 등을 사칭해 금융정보 등을 요구해 왔다면, 현재는 채용이나 저금리 대출, 정부지원금 알선 등으로 유인해 금융정보를 빼간 뒤 이를 사기에 악용하는 식이다.

사기문자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시중은행 대출안내를 가장해 보낸 문자 예시
‘통장알바 구인’도 여전히 성행 중이다. 사기범들은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채권 추심업체나 해외 물류업체라고 속인 뒤 주로 별다른 수입이 없는 2030청년들이나 정보에 어두운 노년층에 접근한다. 단순히 통장만 빌려줘도 손쉽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벌 수 있어 유혹에 넘어가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이런 ‘통장알바’에 응했다가는 꼼짝없이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의 경우 ‘몸통’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검거하기 힘들다. 이에 말단인 ‘인출책’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면서 “단순히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몰랐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 선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피싱 사건 수행 경험이 있는 배기형 변호사(법무법인 청출) 역시 “통장대여자들은 대부분 단순 대여가 아닌 전달에 가담하게 된다. 재판에 가면 다들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하게 되는데, 실제로 무죄가 되는 경우는 극소수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돈을 넘겨준 경우 형사처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초범이라면 집행유예에서 마무리 짓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 단순 인출책에게도 실형을 선고해 엄단하는 재판부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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