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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가 돌아왔다 “처음 확인된 희귀품”

조선 휴대용 해시계 ‘일영원구’가 돌아왔다 “처음 확인된 희귀품”

기사승인 2022. 08. 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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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경매서 매입…"디지털·아날로그 더해진 재밌는 작품"
국립고궁박물관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전서 전시...내달 25일까지
일영원구 공개 모습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휴대 가능한 소형 해시계인 '일영원구'가 공개되고 있다./제공=문화재청
둥근 공 모양으로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한 조선 후기 독특한 해시계가 130여 년 만에 국내로 돌아왔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형태의 해시계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후기 무관으로 알려진 상직현(尙稷鉉)의 이름이 새겨진 소형 해시계 '일영원구'(日影圓球)를 미국 경매에서 낙찰 받아 국내로 들여왔다. '일영원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19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전시된다.

'일영원구'는 지금까지 학계에 알려진 바 없는 희귀한 유물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반구 형태인 데 비해 '일영원구'는 둥근 공 모양이다. 두 개의 반구가 맞물려 있는데 위쪽은 고정돼 있고 아래쪽은 좌우로 움직인다. 구의 지름이 11.2cm, 전체 높이가 23.8cm로, 언뜻 보기엔 작은 지구본과 비슷하다.

'일영원구'를 사용할 때는 먼저 추를 달아 늘어뜨린 다림줄로 수평을 맞춘 뒤, 나침반으로 방위를 측정해 북쪽을 향하게 하고 위도를 조정한다. 길쭉하게 생긴 'T' 자형 횡량과 태양이 일직선이 되는 순간 그림자가 횡량 아래에 파인 틈으로 들어가는데 이를 통해 시간과 각(刻·15분)을 확인한다.

이용삼 충북대 명예교수는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어느 지역에서든 회전축이 지구 자전축과 일치하도록 조정하면 남반구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십이지 시간을 표시하는 시패는 디지털 방식, 그림자로 시간을 측정하는 건 아날로그 방식인데 아주 소형이면서도 디지털과 아날로그 모두 볼 수 있는 재밌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일영원구 제공 문화재청
일영원구./제공=문화재청
'일영원구'는 과학적, 역사적 가치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을 확인하는 영침이 고정돼 있어 한 지역에서만 측정할 수 있었던 '앙부일구'와 달리 '일영원구'는 어느 지역에서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한쪽 반구에는 12가지 동물로 이뤄진 십이지 표시와 96칸의 세로 선이 있다. 이는 하루를 12시 96각으로 표기한 조선 후기 시각 법을 따른 것이다.

문화재청은 '자격루' '혼천시계' 등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다며 "조선의 과학기술을 계승하는 한편 외국과의 교류가 증가하던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이 고안된 유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제작 시기와 제작자를 알 수 있는 유물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영원구'에는 '대조선 개국 499년 경인년 7월 상순에 새로 제작했다'는 명문과 함께 '상직현 인(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1890년 7월 상직현이라는 인물이 만들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에 따르면 상직현은 군사기관인 총어영의 별장, 별군직 등에 임명돼 국왕의 호위와 궁궐·도성의 방어를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별군직은 조선 후기 국왕의 신변 보호를 담당한 관직이다. 상직현은 1880년 수신사 일행으로 일본을 찾기도 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일영원구'는 독창적인 작동 원리로 시각을 측정하는 휴대용 해시계"라며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한국 시계사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일영원구 모습
위에서 내려다 본 일영원구 모습./제공=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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