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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중 산업 전쟁의 파장

[이효성 칼럼] 미중 산업 전쟁의 파장

기사승인 2022. 10. 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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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중국은 2015년 중국 제조업의 질적 성장을 꾀하는 '중국제조 2025'라는 산업 진흥 정책으로 기술 굴기의 포부를 드러냈다. 이 계획의 목표는 중국이 자국의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 소재의 국산화율을 2025년까지 7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매우 원대한 것이었으나 그만큼 과욕에 의한 조급하고 무리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은 선진 기술을 가진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하고, 해외 핵심 기술자를 파격적인 연봉으로 영입하려 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연구 및 개발 투자에 대규모의 국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은 중국 법인과 합작하도록 하고,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했다. 심지어는 핵심 기술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선진 기술을 해킹하거나 도용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WTO 체제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불공정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다.

이런 방식도 노동집약적인 제품에 필요한 낮은 기술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고부가가치 중심의 높은 기술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이익을 훼손하는 데다 중국의 국방력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제조 2025'를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과 기술 이전 요구를 문제 삼아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중국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를 시작했다. 미국은 먼저 중국 통신 회사인 화웨이가 중국 군부와 관련이 있고 5G라는 첨단 통신망을 통해 타국의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견제했다. 미국은 우방국들에 화웨이의 5G 통신망과 통신 기기를 사용하지 말고 기왕에 설치된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거둬낼 것을 권고하고,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의 수출을 금지했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미국이 일방적인 손해를 본다며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특별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또한 같은 방식으로 대응함으로써 무역 전쟁이 되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 1300개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들은 '중국제조 2025'로 혜택을 받고 있는 품목들 위주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무역 전쟁을 넘어 아예 첨단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을 시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반도체 및 과학 법', '인플레 감축 법', 중국에 대한 첨단 제품의 수출 규제 등으로 중국의 첨단 제조업 발전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이런 법과 조치를 통해 미국이 노리는 바는 앞으로 최대 산업으로 성장할 5G 통신 사업, 전기 자동차 제조업, 그리고 산업의 쌀이자 안보의 기초가 되어버린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대두를 막고, 동시에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세 분야의 제조업에서 한국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한국에는 매우 유리한 조처이기도 하다. 5G 통신 사업에 대한 견제로 중국의 5G 통신 사업은 크게 위축되었고, 중국산 전기차와 그 배터리는 서방세계의 공급망에서 외면받게 되었고, 반도체 관련 조치들은 중국이 첨단 컴퓨팅 칩을 확보하고 슈퍼 컴퓨터와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능력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보인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특히 반도체에 대한 조치는 당장에 한국에 크게 불리한 측면도 있다. 우리 반도체 수출량의 가장 큰 몫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상당히 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 구조와 대외 행태로 판단컨대 중국이 기술 굴기에 성공하여 패권 국가가 되는 것이 한국에는 훨씬 더 불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를 비롯한 기술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의 중국 산업 견제 조처로 초래되는 우리의 불리는 어쩌면 기꺼이 감수해야 할 작은 희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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