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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욘더’ 이준익 감독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죠”

[인터뷰] ‘욘더’ 이준익 감독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죠”

기사승인 2022. 11. 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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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첫 OTT 작품 '욘더'로 돌아왔다. /제공=티빙
"우린 늘 아름다운 만남을 꿈꾸며 살아요. 하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생각하지 않죠. 인간의 가치가 더 숭고해지려면 아름다운 이별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욘더'에서 이 이야기를 해요."

영화 '왕의 남자' '동주' '자산어보'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티빙 오리지널 '욘더'로 돌아왔다. 그의 첫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연출작이다. 첫 SF장르 도전이기도 하다.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며 벌어지는 얘기를 담았다. 2032년 합법화된 안락사를 배경으로 '죽음'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날 기회가 과연 행운인걸까.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나와요. '욘더'는 유한하면서도 불멸한 공간이죠. 인간은 영생, 불멸을 꿈꿔왔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소멸해야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나 역시 누군가를 위해 소멸하는 게 올바른 것이 아닐까 생각했죠. 인간의 이기성이 불멸을 꿈꾸게 했고 이 때문에 인간은 더 불행해져요. 불행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유한성에 기인한다고 봤어요. 그런 어법이 '욘더'에서 펼쳐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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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제공=티빙
'욘더'의 원작은 소설 '굿바이 욘더'(2011)다. 이 감독은 '자산어보'를 촬영하고 나니 사극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꺼내든 것이 이 소설이다. 6~7년 전 썼던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하자며 이번에 완전 새로 썼다. 특히 이 감독은 SF장르에서 가장 작은 것을 가장 깊게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러닝타임을 불과 30분으로 가져가는 새로운 시도도 했다.

"길이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침착한 이야기를 길게 보길 바랐어요. 그렇게 되면 지루해질 수 있지만 침착함이 주는 밑바닥이 있죠. '욘더'는 그런 이야기라 생각했어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잖아요. 정말 많은 사연을 안고 가야하고, 끝까지 공감하면서 따라가야 해요. 이런 시도가 저에게도 굉장히 신선했죠."

'욘더'에서 중요했던 역할은 남편 '재현'(신하균)이었다. '1인 심리극'이라 불릴 만큼 재현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 없을 정도로 이야기의 주체가 재현이었고 재현을 따라가야 하는 감정선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 감독은 재현과 아내 '이후'(한지민)의 호흡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멜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도 두 사람의 호흡으로 멜로 같았다. "'나 너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멜로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여기는 마음, 그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게 멜로죠. 신하균과 한지민이 이 역할을 너무 잘 해줬어요."

이 감독은 '욘더'를 통해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킬링 타임'(Killing Time)'이 아닌 '세이빙 타임(Saving Time)'을 선사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시간을 죽이는 게 아니라 작품을 보고 더 많은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새이빙 타임용'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스펙타클한 설정에서 오는 긴장감만으로는 피로가 쌓여요. 그것의 반대는 '생각하는 작품'이죠. 나의 내면과 만나는 작품이요. '욘더'는 소멸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죠. 어차피 지금 시간이 소멸하기 때문에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자가 가치 있고 알차고 주변 사람을 챙길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욘더'를 보면 포만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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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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