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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일우 “‘고속도로 가족’ 연기 호평, 제 노력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인터뷰] 정일우 “‘고속도로 가족’ 연기 호평, 제 노력 조금씩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기사승인 2022. 11. 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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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정일우/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10여년 만에 영화를 찍었는데 이 영화를 촬영하기까지 대중이 가지고 있는 정일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갈망이 오랫동안 쌓여왔죠. 그래서 이 이 작품을 할 때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고 끝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했어요. 흥행 여부를 떠나 대중이나 관계자들에게 '정일우의 이미지가 바뀌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 뿐이에요."

영화 '고속도로 가족' 속 정일우의 모습은 낯설지만 신선하다. 그동안 반듯한 외모에 모든 걸 갖춘 엄친아 모습을 내려놓고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낡은 옷차림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떠돌아다니는 가장 기우로 변신했다.

'고속도로 가족'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정일우가 맡은 기우는 가족을 끔찍이도 사랑하고 아끼는 가장이지만 극이 흘러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한 행동과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로맨스,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쌓아 온 그의 연기 내공이 이번 작품에서도 섬세하게 녹아든다. 영화 공개 후 정일우의 새로운 모습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연기 호평에 그 역시 얼떨떨한 반응이다. "우선 친한 지인이 이런 캐릭터를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라며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하더라.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임팩트도 있고 충격적이었다고 하길 잘 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정일우
정일우/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정일우
정일우/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영화는 모두가 잠시 머물렀다 떠나가는 휴게소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고속도로 가족이라는 신선하고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한다. 텐트로 집을 짓고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유랑하며 휴게소 곳곳을 캠핑장처럼 활용한다. 이 특별한 가족의 일상은 언뜻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우는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아내 지숙(김슬기)과 아이들을 이끌고 거리를 떠도는 가장이기도 하다. 우연히 휴게소에서 만난 영선(라미란)으로 인해 그동안 걸어온 궤적이 변화되면서 괴로워한다.

정일우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잘 해내지 못하면 두 번 다시 영화를 찍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어서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준비했다. 이상문 감독과 일주일에 몇 번씩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자료도 찾아보며 준비했고 아이들, 지숙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준비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우가 돼 있었다.

고속도로 가족
고속도로 가족 스틸/제공=CJ CGV
정일우
고속도로 가족 스틸/제공=CJ CGV
기우가 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심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하고, 스스로를 이해시켜야만 했다.

"기우가 휴게소에 살면서 2만원을 빌리는데 아이들이 같이 오잖아요. 그 지점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여서 변화를 줬어요. 아이들이 아빠를 지켜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오는 설정으로요. 또 하나는 기우가 빌런처럼 보이지 않길 바라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특히 기우가 가구점에서 지내는 지숙과 아이들을 찾아가는 장면이 이해되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얻은 답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게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기우의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데'라는 대사의 이유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길 위에서 살아가는 노숙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역할을 위해 면도와 이발을 하지 않았다.

"초반에 멀쩡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우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죠. 너무 노숙인처럼 하고 있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 같고, 처가에 갔다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돈을 빌리기 때문에 앞부분은 조금 조절했어요. 머리는 장발로 갈지 붙여보기도 하고 했는데 제 머리를 직접 길러서 헝클어진 상태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내렸고 수염도 계속 자르지 않고 길렀어요. 그렇게 편하게 촬영을 했어요."

정일우
정일우/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2006년 방송된 '거침없이 하이킥'은 정일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데뷔 17년이 지난 지금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회자가 되고 있지만 동시에 그를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배우에게 대표작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작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기 때문에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거침없이 하이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제가 활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지울 순 없죠. 또 그 작품은 이미 레전드가 됐기 때문에 지울 수도 없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보고 이야기하잖아요. 사랑해주시는게 정말 감사하고 신기해요. 더 오래오래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로 데뷔 17년을 맞이했다. 앞으로 배우로서 이루고 채워나가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군복무 이후로 거의 쉼 없이 달려오고 있어요. 연극도 하고 영화도 하고 드라마도 벌써 몇 개를 했죠. 예능도 하고 굉장히 다양한 것에 도전하며 달려오고 있는데 어느덧 서른여섯이 됐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므로 저 나름대로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려고 노력했는데 남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똑같이 열심히 했는데 전과 반응이 너무 달라서 이제 조금씩 알아주시나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멍청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해보고 싶죠. 조금 더 유연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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