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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독일의 친러·친중 행보의 교훈

[이효성 칼럼] 독일의 친러·친중 행보의 교훈

기사승인 2022. 11. 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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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유럽, 특히 서구 유럽은 1991년 소련이 무너진 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 속에서 군비를 줄이고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누려왔다. 제조업, 무역업, 금융업이 발달한 유럽은 풍부한 자연 자원을 가진 러시아와 값싼 노동력을 가진 중국과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공생 관계를 이룰 수 있는 처지였다. 유럽에 러시아는 풍부한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를 값싸게 제공했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러시아 에너지와 중국 시장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커져만 갔다.

제조업이 발달하여 값싼 에너지와 큰 시장을 함께 필요로 하는 독일은 유럽 국가 가운데에서도 러시아 에너지와 중국 시장에 특히 더 의존하게 되었다. 독일이 노르트 스트림으로 불리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값싸게 들여오고 중국 시장에 자동차 등 독일 제품들을 많이 판매할 수 있게 이들 나라에 적극적인 포용 정책을 펼친 것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였다. 그녀는 2005년부터 2021년까지 19년 동안 독일 총리로 재직하며 때로는 미국의 우려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심지어는 미움을 사면서까지 이들 권위주의 국가들과 적극적인 경제 교류를 맺는 자주적 정책을 펼쳤다.

그 덕에 독일은 그동안 유럽의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강소기업을 거느리고 호황을 누리며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 되어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그리고 그리스 경제 위기, 러시아의 크름 반도 점령, 시리아 난민 사태 등 유럽에 닥친 여러 위기적 사건이나 사태들에 주도적으로 대처하며 유럽 국가 연합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독일에 유리한 그런 상황이 2021년 12월 메르켈 전 총리가 퇴임할 때까지 그런 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을 일으키자 독일에 유리하던 세계정세가 일거에 급변하였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세계의 경제 제재로 독일은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연결한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경제 교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러시아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우크라이나 침공마저 지지하자 서방 세계의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중국과 경제적 디커플링이 시작되자 중국이 가장 큰 교역국인 독일로서는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 4일 경제인들을 대거 대동하고 서방의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시진핑 집권 3기가 출범한 이후 중국을 방문했다. 이는 서방 세계와의 공조보다는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중국을 12번이나 방문한 메르켈 전 총리의 정책 기조를 잇는 것이기도 하다. 숄츠 총리는 방중 전 한 독일 매체에 "오늘날 중국은 5년 또는 10년 전 중국이 아니다"라며 "변화된 중국은 독일과 유럽에 있어서 여전히 중요한 경제 무역상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의 행보는 서방 세계의 공조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일탈적 행동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더구나 국제 질서를 무시하고 인권을 탄압하고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성향이 노골화되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과 더 큰 경제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이익을 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 미국과 유럽 연합 그리고 심지어는 독일 내에서조차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그동안 독일이 독재국가들에 대한 경계 없이 지나치게 실리만을 추구한 나머지 그들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커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독일은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도 독일의 처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전제 국가에 대한 경제 협력과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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