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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한민국 인구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나?

[칼럼] 대한민국 인구 전쟁은 어디로 가고 있나?

기사승인 2022. 11. 3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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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전쟁의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는 세 가지라고들 한다. 화력과 전략, 그리고 정신력이 그것이다. 세 가지 모두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단연 중요한 것은 군병의 숫자 및 무기의 우세 등 객관적인 화력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화력이 다소 혹은 상당히 열세라 하더라도 뒤의 두 가지로 전세를 뒤집은 선례들이 꽤 있다. 세계 4대 해전이라 불리는 전쟁들이 대체로 그에 속한다.

그 유명한 살라미스 해전을 보자. 당대 최고의 대규모 함선과 군병력을 결집시킨 페르시아 군단은 수적으로나 화력으로나 상대가 안 되는 그리스 연합군에 대패했다. 살라미스 해협을 이용한 그리스군의 탁월한 해상 전술과 정신력의 우위가 승패를 가른 것이다. 우리 이순신 장군은 또 어떠한가? 단 12척의 배로 300여 척 일본군 대함대를 격퇴한 바 있다. 전술과 정신력의 중요성을 이보다 더 웅변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

인구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웬 전쟁 이야기인가 의아해하실 독자들이 계실 줄 안다. 그러나 인구는 사실 무엇보다 전쟁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국가 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절점은 전쟁이며, 그 전쟁을 결판내는 궁극의 힘은 인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력의 크기를 결정짓는 인구 역시 전쟁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차원의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닮은꼴이라 말하는 것이다. 하나씩 보기로 한다.

인구를 늘리고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객관적인 전력이라 할 만한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각 문화권의 독특한 시각 내지는 문화적 규범 같은 것들이 이에 해당한다. 출산력 수준을 결정하는데 상당한 작용을 하지만 이미 주어진 값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가족주의 문화가 강하고 성도덕 규범이 엄격한 나라들은 출산력 통계가 좋지 않다. 반면, 개인주의적이고 개방적인 나라들의 예후는 훨씬 양호하다. 왜 그런지는 후일 다른 지면에서 따져보기로 하고 일단 그런 조건들은 의식적인 노력으로 쉽게 변경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화력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럼 인구문제에서 전략 차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각국이 구사하는 인구정책들의 유형과 규모, 정책 포트폴리오는 여기에 해당한다. 20세기 후반 특히 금세기 들어와 서방 각국이 펼치는 인구정책들을 보면, 출산력 수준은 아동가족정책, 특히 재정지출의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통계를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봐도 쉽게 확인되는 사실이다. 정책적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결과치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요소라 하겠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전략을 짤 최고의 전문가가 있는지 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정신력 문제이다. 요즘같이 월드컵 축구가 삶의 활력소일 때 우리의 경험을 보면 알 수 있다. 객관적 전력이 한참 열세인 나라에서 신들린 경기 운영 끝에 승리의 축포를 쏘아 올릴 때 우리는 감동한다. 그리고 승기의 최대 공로자는 정신력이라고들 평가한다. 인구문제도 그렇다. 반드시 해결된다는 믿음이 없다면 해보나 마나 한 싸움이고 패배가 예정된 거나 다름없다. 짐작하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인구문제에 있어 앞의 두 차원에서 거의 최악에 가까운 사회이다. 엄격한 가족주의 규범에 혼외 자녀에 대한 편견, 현세주의적 세계관과 과도한 교육열, 낮은 사회적 안전수준 등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가장 출산 비친화적인 사회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할 수 있는 아동가족 예산이나 정책수단 운용 상태조차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세간에 상당한 오해가 널리 유포되어 있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마치 제법 큰 저출산 예산이라도 집행하는 양 알려져 있는데 누가 무슨 근거로 이런 헛소문을 퍼뜨렸는지 훗날 대역죄인의 책임을 못 면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억하심정 개인적 소견이다. 안 그래도 누적한 악조건들 덕분에 상태가 심히 안 좋은데 이런 근거 없는 오해까지 덮어씌워 가능한 공세적 정책 행보조차 막고 있으니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오늘 이 지면에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 둘도 아니다. 최근 들어 정신력 문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자 한다. '인구문제를 무슨 수로 해결하느냐'며, '줄어든 인구에 적응이나 잘 하자'는 등의 주장을 당당하게 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의 '비관주의'를 넘어 '자포자기의 정서'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우리는 조만간 '싸워보기도 전에 지는 나라'의 반열에 오르게 생겼다. 필자로서는 이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호남 바다를 지키면 나라를 보존한다고 한 이순신처럼 우리의 국가지도자들이 인구문제를 해결할 특단의 전략과 정신력에 귀 기울여 준다면, 그리하여 제도와 정책 차원에서 확보할 최대치를 끌어낼 수만 있어도 우리에겐 인구 전쟁 승리의 길이 아주 사라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간절한 마음으로 상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작심 토론을 제안하며 이 기고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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