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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전세 거품 붕괴가 가져올 3가지 파장

[장용동 칼럼] 전세 거품 붕괴가 가져올 3가지 파장

기사승인 2023. 0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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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일반적으로 전세가는 집값을 견인하는 선행 촉발제 역할을 한다. 예컨대 지난 98년 외환위기 후 2000년부터 전세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추후 후행적으로 심각한 집값 상승을 초래한 사례가 대표적 사례다. 마찬가지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에도 전세가가 선행적으로 움직인 후 매매시장을 자극, 주택가격 상승을 가져온 바 있다. 이는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면 집을 사기보다는 임대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른 전세가가 매매가를 자극, 갭투자 등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집값이 오르게 된다. 아울러 집값 하락기에는 전세가는 매매가 폭락의 지지대 역할을 한다. 수도권 1기 5개 신도시 건설로 과잉 주택공급 여파가 강하게 미치면서 집값 낙폭이 컸으나 94년부터 전세가가 버팀목 역할을 해서 집값 급락의 방파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전세가 동향과 전망은 향후 주택시장을 파악하고 조율하고 대응하는 데 실로 중요하다. 특히 현재의 전세가 낙폭은 매매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아파트 전세가는 주당 평균 0.70~0.80 %씩 지속 하락추세다. 매매가 지수가 주당 0.40~0.50% 정도씩 하락하는 것에 비해 낙폭이 크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1월 말 전국 전세가 하락률(-0.9%)이 매매가(-0.40)의 2배 이상, 수도권의 경우는 전세가 낙폭이 매매가의 2.5배 수준을 웃돌 정도로 전세가 폭락 장세다. 거래 현장에서는 고점보다 절반 정도 급락한 이른바 반 토막 아파트 전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봄철 주택시장 성수기를 감안하면 현재의 전세가 낙폭은 생각보다 더 깊을 수 있다.

이 같은 전세가 폭락사태는 매매가 낙폭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서울의 경우 10년 만에 최고 낮은 52% 수준의 전세가율을 보인다는 점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커 매매가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을 주게 되고 이로 인해 매매가 하락 압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서울, 수도권의 갭투자 부실 매물과 신규 입주 단지 매물이 쏟아지지만 고금리 추세로 인한 매수세 위축이 깊어져 봄철 성수기가 지나면 추가로 매매가 낙폭을 키울 공산이 크다.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여파, 국내외 정치적 변수까지도 추가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으로 심각한 역전세난을 초래할 가능성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료 통제와 재건축아파트의 2년 실거주 의무제도라는 초강수로 연간 12.25%(2020년)라는 임대료 폭등사태를 불러오면서 최고점에 달한 전세가가 매매가 하락과 고금리,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폭락, 30~60%까지 급락하는 형국이다. 더구나 그동안 시세차익을 감안해 갭투자가 많았던 기존 주택의 경우 가격하락으로 깡통전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올해 새로 입주하는 공동주택 물량은 예년보다 10% 이상 많은 대략 44만 가구 선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 준공이 잇달으면서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거나 전세 매물로 나오게 되는데 주변 전세가가 급락, 역전세의 단초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입주 단지가 많은 강남권 지역에서는 역전세의 파고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주택건설업체의 부실화 가능성이다. 지난 4~5년 동안 집값 상승기를 타고 주택건설업체들은 대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PF 금리가 20%에 달할 정도로 높아지고 건설 원가가 20% 이상 상승하면서 현장마다 아우성이다.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대형업체까지 늘고 있으나 이것만도 쉽지 않다. 준공아파트의 미입주와 분양단지의 미분양은 최악의 자금난을 초래, 결국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 시에 대형 50여 개 업체가 부도나 파산에 직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시장이 예측할 수 없는 L자형 침체로 간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부와 업계, 국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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