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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2만원’ 알바를 해도 무료급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호주 대학생들

‘시급 2만원’ 알바를 해도 무료급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호주 대학생들

기사승인 2023. 02.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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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한 월세·생활비 부담 못하는 학생들 늘어
집 못 구해 여러 친구 집 전전하는 학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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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학생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다./사진=트위터 @DaveTaylorNews
호주 시드니 동부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는 점심시간이 되면 수백 명의 학생들이 한 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선다. 학생회가 제공하는 무료 음식을 받기 위해서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는 과일과 채소와 같은 기본적인 식재료다. 대부분이 시급 2만원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폭등한 월세와 생활비를 내고 나면 영양가 있는 식품을 살 돈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호주 에이비시뉴스는 23일(현지시간) 무료 급식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높은 물가와 월세 문제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롤라는 "시간당 2만원을 받는 알바를 일주일에 3일 정도 하지만, 충분한 생활비를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호주에서도 거의 모든 물가가 오른 가운데 가장 큰 지출 항목인 월세가 45%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생활고는 더 이상 월세를 낼 수 없는 학생들이 여러 친구 집을 전전하며 소파에서 잠을 자는 '소파 서핑'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심각하다. 지나치게 높은 월세도 문제지만 그런 월세방도 더 이상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소득이 낮은 대학생들에게 집을 내주는 집주인들이 없기 때문이다.

롤라와 같은 취약계층의 사정은 통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임금은 3.3% 올랐지만, 물가는 7.8%로 올랐고, 월세 인상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임금 인상률은 물가 인상률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호주 중앙은행이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 임금 인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임금이 올라 호주인들이 소비를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민간 은행들도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임대 주택의 월 임대료 인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비 압박에 시달리는 호주 대학생들은 이제 거리로 나가고 있다. 지난 17일 호주 중앙은행 앞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는) 높은 생활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항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앙은행 직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들은 이익만 생각하는 대기업과 집주인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서 금리가 올랐고, 학생들이 더 높은 임대료로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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