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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민생위기에 날개 단 팬데믹 이자폭리

[칼럼]민생위기에 날개 단 팬데믹 이자폭리

기사승인 2023. 03. 0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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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2019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부채는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민간부문 전반에 퍼져 있으며, 얼추 계산해도 900조원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코로나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민간부채가 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 위험에 직면해 있다. 가계부채와 자영업자대출은 금리충격에, 중소기업대출은 경기충격에 노출돼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이처럼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팬데믹 이자폭리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팬데믹 위기에 힘입어 거둬들인 이자이익 규모는 은행의 존재 이유를 의심할 정도다. 5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을 보면, 2019년 38조원, 2021년 45조원, 2022년 49조원 등으로 급증세를 지속하고 있다.

민생경제가 어려울수록 이자이익이 증가하는 이익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국민이 어려울 때 고혈을 짜낸다면 그것은 금융시스템 밖에서 작동하는 사금융에 불과한 것이다. 팬데믹 이자폭리는 사실상 은행의 공공성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은행 돈잔치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돈을 많이 벌었기에 성과급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것뿐이다. 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해 금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접근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소규모 인허가나 챌린저 뱅크 등과 같은 아류 은행이 어떻게 1금융권과 금리로 경쟁하겠다는 것인가? 규모의 경제가 경쟁 우위 원천인 은행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은행간, 은행-비은행간 금리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진입이 은행 금리에 무슨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먼저, 팬데믹 이자폭리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공공성이 내재된 은행이 점점 사금융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선택적 공공기관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금리나 이익환경이 좋을 때는 시장 원리를 신봉하는 민간 '금융회사'가 되고, 경영환경이 악화되면 세금을 투입해 구제해야 하는 '금융기관'이 된다. 팬데믹 구간에서 은행의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보인 행태를 보면, 금리의 사회적 책임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정부 공적자금의 절반 이상인 86조9000억원이 은행 구제에 투입되었는데, 세금을 낸 국민에게 이자부담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투입된 세금이 아까울 따름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은행의 외인자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이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에 농협 이외의 국내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인 지분의 경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70% 이상이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64%와 41%를 차지하는데, 이는 상장사 평균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은행의 경영목적에서 공공성을 지우고 그 빈자리를 단기 이익과 배당 유출로 채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외인 지배구조의 질적 개선이 전제되지 않는 한 금리의 공공성을 복원할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미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SC제일은행의 적자배당 문제, 씨티은행 빌런 사태(소매금융 철수) 등을 통해 외인자본의 사익추구 성향을 차고 넘치게 경험한 바 있다.

팬데믹 이자폭리 문제는 오직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하는 금리구조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 금리의 사회적 책임과 규제 차익(정부 연계 사업, 인허가, 영업활동 지원 등)을 연계해 은행이 자발적으로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산금리와 우대금리가 사회적 책임을 반영해 평가할 수 있도록 금리산정 메커니즘을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국민경제에 혈액을 공급하는 은행의 공공성은 외인 주식취득 제한 분야(방송, 통신, 에너지 등)에 비해 전혀 덜하지 않다. 은행법을 개정해 외인의 주식 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차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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