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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 반도체 지원법 대응 방안은

[칼럼] 미국 반도체 지원법 대응 방안은

기사승인 2023. 03. 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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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인수교수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지급 기준을 공개했다. 이 법이 통과된 지 7개월만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해 9월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 심사기준으로 경제·국가안보, 투자계획의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인력개발, 그 외 파급효과 등 6가지를 제시했다. 미국 내 생산 증대와 안보 강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지원대상을 선정해 시설투자 390억 달러(약 50조원)를 포함해 반도체 산업에 527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표 내용에는 반도체 기업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독소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과이익 환수와 생산·연구시설에 대한 국방부의 접근권을 요구한 것이다. 초과이익 환수는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 이상 반도체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예상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릴 경우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투자를 원하는 기업에게 예상 현금 흐름, 수익률, 고용 계획, 미래 투자 계획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초과이익 심사과정에서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영업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미국 내 상업 생산시설에서 제조된 최첨단 로직 반도체에 대한 접근권을 요구한 것도 사실상 첨단기술에 대한 사찰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술 보안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한 기업 경영 활동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제한되고, 공장을 지으면 노동자 자녀를 돌볼 어린이집도 갖춰야 한다. 미국 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도 기업에게 상당 부분 전가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한국과 대만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 생산 규모 조정에 나서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최대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반도체 투자나 공장 증설을 못 하도록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의 구체적인 기준이 이달 중으로 공개되는데, 그 내용이 이번 발표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50조원 넘게 중국에 투자를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 중국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다. 삼성은 2021년 11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고 현재 기초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에 향후 20년간 1921억 달러(약 260조원)를 들여 11곳의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미 정부에 제출했다. 삼성전자와 같이 첨단 반도체 시설을 미국에 건설하는 기업은 3월 31일까지 '사전 의향서'를 내고, 그 직후 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므로 시간이 많지 않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용지 등에 관해 아직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단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에 후공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을 포함한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기는 했지만,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신청이 6월 말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삼성전자보다는 시간이 있다.

우리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보다는 미국의 취약점을 파악해 상호 윈윈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고 대미 투자를 유보할 경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구상은 큰 차질이 생긴다. 반도체 지원법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인프라 투자법과 함께 재선을 원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세우는 최대 치적이기 때문에 이 법들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미 투자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실효성 있는 대안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 대안은 국내(한국) 투자 확대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 폭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이 지난해 말 통과되기는 했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감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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