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베트남, ‘민간인 학살’ 韓 정부 항소에 “역사적 사실 존중하라” 유감 표명

베트남, ‘민간인 학살’ 韓 정부 항소에 “역사적 사실 존중하라” 유감 표명

기사승인 2023. 03. 10.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베트남 외교부 "민간인 학살 법원 판결 불복, 항소한 데 큰 유감"
민간인 학살 문제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할 것" 요청
KakaoTalk_20230310_010229864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부대변인./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법원의 배상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데 대해 베트남이 "객관적인 역사의 사실을 존중하라"며 유감을 표했다.

9일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열린 정례 기자 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항소에 대한 베트남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베트남 정부는 한국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데 큰 유감을 표한다"며 "이는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처"라고 말했다.

항 부대변인은 "베트남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방침이지만 이것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은 한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정신에 기반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할 것을 요청한다"며 "한국은 전쟁의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장려하고,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우호와 협력 관계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0일 한국·베트남 경제부총리 회의를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찾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 민간인 학살 관련 문제를 제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해당 행사는 양국의 부총리급 경제 대화로 회의에서는 무역 협력·투자·개발 협력 등에 대해서 논의한다"고 답했다.

베트남은 앞서 지난달 9일 '퐁녓·퐁니 마을 학살 사건' 생존자인 응우옌 티 탄(63)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판결과 관련해 "베트남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무척 중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도안 칵 비엣 외교부 부대변인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정신에 기반해 양국이 협력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베트남 정부 차원의 추가 소송 제기나 조치를 취할 계획에 대해선 "한국과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양국 국민에게 모두 이로운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지난달 1심 판결 직후 나온 베트남 정부의 입장은 베트남이 민감한 과거사 문제가 나올 때마다 취해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항소 이후 "과거를 닫겠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을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하며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9일 아시아투데이 특파원에게 "과거를 뒤로 하는 것과 별개로 역사는 역사다"라며 "한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를 왜곡하거나 베트남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지방법원 재판부(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지난 7일 '퐁녓·퐁니 마을 학살 사건' 생존자인 응우옌 티 탄(63) 씨가 지난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첫 법적 대응이었고, 법원 역시 민간인 학살에 따른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퐁녓·퐁니 학살 사건은 55년 전인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다낭으로부터 남쪽으로 약 25㎞ 떨어진 퐁녓·퐁니 마을에서 발생했다. 탄씨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당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한국군인들은 마을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 당시 8살이던 탄씨는 학살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잃고 자신도 복부에 총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1심 판결 이후 약 한 달 만인 9일, 한국 정부는 법원의 1심 판결에 항소했다. 국방부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어 항소를 제기했다"며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 밝혔다. 국방부는 베트남전 당시 자료를 모두 확인해 봤지만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