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외주식 거래 대금은 8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감소해 해외주식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역시 전년대비 14.86% 줄어든 7242억8932만원에 그쳐 서학개미의 감소세로 인한 수익성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다.
증권사별로 보면 SK증권의 경우 전년대비 81.7% 급감한 7억5306만원의 외화증권수탁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944억원에서 633억원으로 32.9% 감소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32.6%) △메리츠증권(-32.4%) △삼성증권(-31.4%) △하나증권(-29.5%)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해외주식 투자 자금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거래의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 전략 중 하나인 CFD의 확대를 통해 서학개미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CFD의 장전(프리마켓) 거래 서비스를 도입해 거래 시간을 앞당기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FD 거래는 현물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의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는 거래를 말한다. 기초자산 상품으로부터 파생된 상품 중 거래소 없이 거래가 일어나는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일종이다. 하락이 예상될 때는 매도 포지션을 취할 수 있어 공매도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CFD 거래는 전문투자자로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개인 및 법인 전문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고 일반 개미들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CFD거래는 최소증거금 40%만으로 투자할 수 있어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다. 레버리지 거래는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해 자기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투자전략으로, CFD는 최대 원금의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KB증권은 이달 1일부터 해외주식 CFD 프리마켓 거래를 시작했다. CFD 신규 및 장기 미거래 비대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4월 30일까지 이벤트 신청 고객에게 0.07%의 온라인 거래 특가수수료를 제공한다. 메리츠증권도 지난달말 CFD 미국 프리마켓 거래를 개시했다. 또 6월 말까지 미국 일본 홍콩 거래 시 비대면 온라인 수수료를 0.05%, 중국은 0.10%로 할인 적용해 수수료 혜택을 제공한다. 키움증권도 지난달 해외 CFD 프리마켓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외주식CFD 거래 시 수수료를 0.07%로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SVB파산 등으로 인해 벤처기업과 바이오 기업 등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 있지만,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의 안정성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돼 퀄리티를 갖춘 대형 기업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