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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 ‘오스카상’ 키호이콴 그리고 보트피플

뉴진스 하니, ‘오스카상’ 키호이콴 그리고 보트피플

기사승인 2023. 03.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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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꾸안 께 후이)의 모습./제공=AFP·연합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케이팝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 세계 영화계 최고 영예인 오스카상를 거머쥔 키 호이 콴(꾸안 께 후이). 이들은 모두 '베트남계'로 베트남과 연이 있지만 정작 베트남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예상과는 달리 싸늘하거나 무덤덤하다. 이들의 출신 배경엔 '보트피플'이란 공통점이 있다.

◇ "아이돌보다 나라…뉴진스, 탈덕합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교아카데미 강연에서 뉴진스 멤버이자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팜 응옥 헌)를 언급했다. 박 장관의 언급과 이후 올해 초 뉴진스가 미국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자 베트남 언론과 케이팝(K-POP) 팬들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한 최초의 베트남 가수"라며 환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주 후, 베트남 하니 팬들이 이탈하는 탈덕(脫덕)이 시작됐다.

'탈덕' 행렬의 배경엔 호주에 거주하는 하니의 가족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하니의 할아버지·어머니 등 가족들이 1975년 패망한 베트남 공화국(남베트남)의 깃발을 걸거나 관련 행사에 참석해 지지의사를 드러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수십만 팔로워를 지닌 베트남의 유력 페이스북 페이지들에선 보트피플로 추정되는 하니의 가족들이 "극단적인 반공 이데올로기로 베트남의 역사를 왜곡하고 (오늘날) 베트남을 만든 이들을 모욕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하니의 팬페이지(팬클럽)와 그룹을 운영하는 케이팝 팬들도 속속 '탈덕'을 선언했다. 수만명의 팔로워를 둔 팬페이지를 운영하던 관리자 A씨는 19일 아시아투데이에 "케이팝·뉴진스·하니를 좋아하지만 아이돌보다는 나라가 더 소중하다. 오히려 그런 가족을 두고도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배신감까지 느낀다"며 "그런 점을 숨기고 베트남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니가 지금까지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보이콧 움직임과 안티팬들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인터뷰에서 '반동'과 '반역'이란 단어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 키 호이 콴은 베트남계? 중국계? 무덤덤한 베트남
지난 12일 키 호이 콴(꾸안 께 후이)이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사상 첫 베트남계 오스카 수상자가 탄생했지만 베트남의 분위기는 비교적 무덤덤하다. 현지 주요 언론들은 그의 출신에 대해 "1971년 사이공(現 호치민시)에서 화교 가정에서 태어나 1970년대 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보트피플 출신인 그가 난민 캠프에서 보낸 시절과 연관지어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졌다고 말한 수상 소감도 소개되지 않았다.

영국 BBC는 이는 베트남에서 1970~1980년대 어두운 역사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베트남전으로 인해 화교를 중심으로 한 150만명 이상이 보트를 타고 난민캠프를 거쳐 미국 등지로 떠났고 20~40만명이 조난을 당한 역사의 어두운 면을 베트남으로선 차라리 잊고 싶어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발 더 나아가 그를 두고 '베트남계'냐 '중국계'냐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본지가 의견을 물은 10여 명의 베트남 기자들 중 절반이 넘는 다수는 "개인적으로 그가 베트남계라기보단 중국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 분류가 크게 이슈가 된다거나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베트남 언론에서 그의 난민캠프와 아메리칸 드림 수상 소감을 "조명하지 않은 것"이 역사적인 문제와 부분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과는 달리 오스카상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아 수상자의 뿌리(국적)가 국가적으로 큰 영예나 경사로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 기자는 "그의 오스카상 수상을 숨기거나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이나 아시아계로서 거둔 성과에 대해 모두 축하하고 있다. 다만 한국처럼 국가적 경사나 자랑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닐 뿐"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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