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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엄벌주의’ 보다 사과·반성, 관계회복 위한 근절대책 나와야”

“학폭, ‘엄벌주의’ 보다 사과·반성, 관계회복 위한 근절대책 나와야”

기사승인 2023. 03.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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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책 마련 분주…전문가 제언
'엄벌주의'는 줄소송 등 2차 피해 가능성 커
학생만큼 학부모 교육도 절실
정부 차원 '학폭대책기구'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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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학교폭력(학폭) 근절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교육전문가들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가해학생에 대한 '엄벌주의'만 부각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배경사진은 학폭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글로리> 한 장면/제공=넷플릭스
정부가 학교폭력(학폭) 근절대책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인 가운데, 근절대책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가해학생에 대한 '엄벌주의'만 부각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각계 전문가 간담회를 수차례 열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교육부는 지난 2월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이 논란이 되면서 학폭 근절대책을 이달 내로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학폭 예방을 위한 교원 간담회(6일), 정신·심리전문가 간담회(14일), 인성교육전문가 간담회(15일) 등을 연이어 열고 관련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정모군이 학폭으로 전학 처분을 받았음에도 서울대에 '정시'로 입학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이 부총리는 향후 학폭 조치사항을 대입에 반영하는 내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이 부분도 근절대책에 담길지 주목된다.

◇반성·관계회복이 근본대책…교육부 차원의 '학폭 대책 상설기구' 설치 검토해야
최근 학폭에 대한 엄벌주의 분위기와 드라마 '더 글로리'의 화제 등으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교육전문가들은 여론에 휩쓸려 근본적인 문제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엄벌주의'로만 흐를 경우 학교와 교원에 대한 줄소송과 그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이 커져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가해자의 반성 및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 나아가 관계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흘렀고 그동안 29차례나 개정되고 8차례나 종합대책이 마련됐음에도 학폭은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학폭 이슈에서 드러난 공정성, 절차적 문제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피해학생 관계회복, 학교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구체적 내용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학폭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부랴부랴 대증요법을 마련하는 식이면 실질적인 학폭 근절이 어렵다"며 "학폭업무가 기피 0순위인 이유를 교육부가 파악하고 교육부 차원의 학교폭력 대책 상설기구 설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도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면적인 개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 한해 보호조치가 이뤄지는데 요청이 없어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학폭의 특성상 학교 내에서 치료를 받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학폭 업무를 모두 기피해 신입자가 담당하게 되고 매년 바뀌기 일쑤"라며 학교 현장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푸른나무재단 역시 엄벌주의로만 흐를 경우, 학교와 교원에 대한 '줄소송'이 우려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재단 관계자는 "학폭 문제가 법적다툼의 장으로 되고 있는 게 현실인데, 학교가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며 "학교의 예방 및 대응력 강화를 위한 시스템 확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입시 위주의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과 인성교육의 회복 등을 요구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과와 화해'를 통한 재학 중 인간관계 회복"이라고 말했다.

◇ "학생 인성교육뿐 아니라 학부모 교육도 중요…사회 인식 바뀌어야"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학부모 대표인 최미숙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상임대표는 "가장 작은 사회인 가정에서 먼저 제대로 인성이나 관계맺기에 대한 훈련,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가정 내에서 그런 부분들이 이뤄지지 못해 (학폭이) 발생한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학부모들의 돌봄 인식 강화, 돌봄 시간 확대를 위한 사회 전반적인 구조와 인식 개선을 제언했다.

실제 인성교육 전문가 간담회에서 가정과 사회가 함께하는 인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 '범사회적 인성교육 캠페인' 등 지속적인 인성교육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이같은 방안이 담길지도 주목된다.

가해학생의 분노 조절을 위한 심리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세원 가톨릭관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임"라며 "가해학생 중에도 일부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때문에 피해학생뿐 아니라 가해학생도 자신의 분노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심리 정서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정 변호사의 아들 학폭 진상조사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31일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전문가 간담회 등 제안 내용들을 검토하고 학폭 근절대책을 마련해 국무총리실 산하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대책위)의 최종 의결 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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