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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총선 1년 앞으로, 네이버 규제가 시급한 이유

[특별 기고] 총선 1년 앞으로, 네이버 규제가 시급한 이유

기사승인 2023. 04.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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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한국·미국, 정치적 양극화 심각
특정 유형 뉴스 선호 플랫폼의 상업적 압력 작용
뉴스 노출 차별화 네이버, 강력·효과적 통제 조속히 해야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건국 이래 최초로 형사재판에 넘겨지면서 미국인들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더욱 극명하게 양쪽으로 갈라졌다. 검찰이 트럼프를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한 것에 대하여 미국인들은 "트럼프는 죄가 없다"와 "트럼프를 구속하라"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조국 사태'와 현재 진행 중인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두고 벌어지는 일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2022년 제20대 한국 대통령 선거는 역대 최소 표차인 24만표, 0.73퍼센트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박빙의 승부 끝에 투표 완료 후 며칠이 지나서야 당선자가 확정되었다. 미국 대선에서는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세력에 의한 연방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등 사상 초유의 혼란이 이어졌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제 정치가 자리 잡은 미국, 외관상 다당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양당 구도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두 나라에서 모두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 선거 등 주요 선거전은 첨예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양쪽 진영 지지자 사이의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지고 중도적인 입장은 묻혀버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또한 같은 진영 안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소수가 진영 전체의 입장을 좌지우지한다. 여기에 환멸을 느낀 다수는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거나 기존에 속했던 진영에 등을 돌리기도 한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언론대학원 연구팀이 개발한 '양극화 지수(Polarization Index)'의 최근 데이터는 정치적 양극화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진실을 존중하는 정치를 모델화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팀은 "오늘날 미국에서는 분노에 찬 광장에 갇혀 반대편을 적으로 여기고 패배자는 경기장을 불태우려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는 가짜뉴스를 팬데믹(pandemic)에 빗대어 인포데믹(infodemic)이라 부르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렇다면 과학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모든 분야가 진보하는 가운데서도 정치적 양극화·극단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인공지능(AI)·데이터 과학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플랫폼의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 시간을 최대화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알고리즘은 정확한 콘텐츠보다 극단적인 콘텐츠를 우선시한다.

우리는 흔히 뉴스 미디어를 통한 저질·가짜 정보를 대부분 나쁜 언론인이나 언론사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가 특정 유형의 뉴스를 선호하는 플랫폼의 상업적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독과점적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언론사들에 등급을 매겨 대중의 뉴스 이용 기회를 통제하는 네이버의 행태는 이러한 압력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부상을 지원했으며,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믿음과 참여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정치인들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자신들도 이러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이용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거를 거치며 정치적 양극화·극단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론사에 등급을 매겨 이용자에 대한 뉴스 노출을 차별화하는 네이버의 행태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확실하고 신속한 규제 조치가 없다면 내년 선거는 네이버의 시스템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집단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다행은 최근 정치권·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네이버 문제의 공론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네이버의 언론 지배력 등을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언론단체 등에서도 네이버의 불공정성 등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문제의 본격적인 공론화는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것은 반드시 빠르고 분명한 결론과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져야만 한다. 네이버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또 하나의 정치적 갈등과 균열 요소가 되고,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 때문이다. 네이버의 행태에 대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통제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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