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베트남 최대 부호 빈그룹 회장의 ‘전기차 택시’ 직접 타보니

[르포] 베트남 최대 부호 빈그룹 회장의 ‘전기차 택시’ 직접 타보니

기사승인 2023. 04. 17. 16:1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빈그룹' 팜 녓 브엉 회장, 설립 자본금 중 95% 출자해 화제
빈패스트 전기차·전기 오토바이로 운행…'재고떨이' 비판도
341216300_1355596115173247_536155052003673892_n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그룹의 팜 녓 브엉 회장이 출자해 화제가 된 GSM의 첫 전기차 택시서비스 '그린택시 SM' 차량의 모습./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베트남에서 첫 전기자동차 전용 택시회사가 설립돼 본격 운행에 나섰다. 지난 14일 하노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GSM은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그룹의 창업자이자 베트남 최대 부호인 팜 녓 브엉 회장이 설립 자본금 3조동(1680억원) 가운데 95%를 출자해 화제가 됐다. GSM은 빈그룹의 계열사 빈패스트가 생산한 전기차 1만대·전기오토바이 10만대로 택시·승차공유·렌터카 사업에 나선다.

◇"친환경·스마트 모빌리티 저변 확대 목표"

그린(Green)·스마트(Smart)·모빌리티(Mobility)의 앞글자를 딴 GSM은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14일에 열린 '그린택시 SM' 서비스 출범식에서 응우옌 반 타인 GSM 대표는 "GSM, 특히 전기 택시인 그린택시 SM은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적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 탄생했다"며 "특별한 서비스 품질과 함께, 택시는 물론 베트남 전역의 녹색 스마트 운송 생태계와의 연결을 추구할 것"이라 밝혔다.

응우옌 마인 꾸엔 하노이시 부인민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교통 개발을 추진하는 시와 기업 간의 협력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베트남의 약속을 실현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다.

336703326_1312901929574722_5359868496642492324_n
하노이 시내를 주행하고 있는 '그린택시 SM'. 빈패스트의 전기차 e34 차량이 배차됐다./사진=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 첫 전기차 택시, '내돈내타(내 돈내고 내가 탄)' 해보니

GSM은 14일 하노이에서 VF e34 500대와 VF 8 100대, 총 600대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4월 중으로 호치민시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하며 단계적으로 차량과 서비스 지역을 넓혀 올해 최소 전국 5개 성·시에서 서비스 한다는 계획이다.

일반 택시처럼 길거리에서 차를 잡아 바로 탑승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택시를 요청할 수 있다. 핸드폰 앱을 통해 그랩(Grab)과 같은 차량공유서비스처럼 간편하게 호출할 수도 있다.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니 배차 직후 기사에게 확인 전화가 왔다.

도착한 차량에 탑승하니 인사와 함께 "에어컨 온도가 괜찮냐, 원하는 음악이 있으면 틀어줄 수 있다"며 목적지를 확인한다. 차량 내 비치된 무료 생수까지, 기존 택시나 그랩과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이다. 다만 운행요금은 기존 택시나 차량공유서비스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사들 역시 깔끔한 외모에 유니폼을 갖추고 있다. 기사 D씨는 기자에게 "예전엔 그랩 기사를 했다가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며 "서류제출-실기테스트-건강검진을 거친 후 약 35시간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기사로 일할 수 있다. 손님 응대방법 등부터 모두 새로 배웠다"고 말했다. 21세부터 45세까지 연령 제한을 둬 기사들도 비교적 젊다. 그는 "친구가 함께 일하고 싶어했는데 6개월 이상의 기사 경력을 요구해 탈락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사 T씨 역시 그랩 기사로 일하다 옮겼다. 그는 "700만동(38만원)의 기본급과 사회보험이 보장되고 여기에 월 운행수익의 25%를 기사가 가져가니 그랩보다 훨씬 수익이 안정적"이라 말했다. 전기차면 충전이 어렵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관심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겠지만 곳곳에 전기차 충전소도 많고, 빈홈(빈그룹 아파트) 단지에도 충전소가 있어 큰 걱정이 없다"고 답했다.

차고지인 하노이 스마트시티에서 완전히 충전된 차량은 약 250㎞ 가량 주행이 가능해 하루 주행거리가 짧을 경우 충전이 필요 없고, 길더라도 한번 정도만 충전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차는 가솔린 차량에 비해 ㎞당 연료비도 약 1000동(55원) 가량 저렴하다. 게다가 친환경이란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지원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 '재고떨이', 빈패스트 재무상태 리스크는 여전

첫 전기차 택시의 등장이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가장 큰 이유는 빈패스트의 부진한 실적 탓이다.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는 초기 애국 마케팅을 내세웠음에도 부진한 판매 실적과 큰 적자로 '돈 먹는 하마'란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지난해 말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 제조업체로 탈바꿈을 선언한 빈패스트는 미국과 유럽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재무상태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 탓에 '재고떨이'를 위해 대기업인 빈그룹이 운수사업까지 진출한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최근 미국에서 기업 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빈패스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지난해 약 15조동의 매출에도 불구, 연구 개발비용과 높은 차량 생산 비용 등으로 기타비용을 포함해 총 49조 8490억동(약 2조7816억원)의 세후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빈패스트의 투자 설명서에는 지난해 9월 30일까지 약 47억 달러(6조1594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빈패스트는 해당 수치는 미국과 베트남의 회계 원칙 차이로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즉시 발생 비용으로 계상돼 누적손실이 증가한 것"이라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