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특별 기고] 독점적 플랫폼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특별 기고] 독점적 플랫폼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기사승인 2023. 04. 21. 07: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독점적 플랫폼, 편향·거짓 정보, 자유민주주의 체제 위협
네이버 등 디지털 뉴스 지배자, 저널리즘 가치 위협
공정 경쟁 장애 플랫폼, 혁신과 거리, 규제해야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에는 정치권력과 대중이 정보를 만들고 수집하며 배포하는 매체,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다. 그런데 이들 플랫폼은 모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현재 소수의 독과점적 대기업이 일반 대중의 디지털 생활을 통제하고 있다. 이용자는 이들 플랫폼에 대한 발언권이 없다. 이처럼 권력을 독점한 정부와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 그리고 이용자 사이 힘의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 제도는 쇠퇴하고 말 것이다.

플랫폼의 소유자와 기업, 정부와 정치권 등은 디지털 데이터의 수집뿐만 아니라 거래까지 하고 있다. 또한 대중의 감시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머신러닝 기반 감시 기술의 강화는 시민사회의 토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이 정치과정에 안전하고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하게 된다.

이용자 개인정보가 소수의 대기업 손에 집중되면서 기업은 이용자의 지식·생각·의견·정서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의 없이 그의 행동을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와 권위주의 사회 모두에서 이러한 지식과 영향력은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선거 등 정치와 관련한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확산시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된다. 이 문제는 일반적인 시장 독점에 대한 경제적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디지털 플랫폼의 정치적 영향력 제한에 규제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특히 언론사에 등급을 매겨 이용자에 대한 각 언론사의 뉴스 노출을 차별화하는 네이버의 정치적 영향력 제한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는 언론으로서 정상적인 여과 장치와 편집 과정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이루는 대중의 기본적인 인식까지 바꾸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때는 전문 언론인이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제기되는 많은 주장을 평가하고 체로 걸러내는 '필터링'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이러한 역할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한국에서는 네이버 같은 대형 콘텐츠 제공자가 장악하고 있다.

플랫폼과 언론의 왜곡된 관계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행태로 인하여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관계는 기자가 논란의 소지가 있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부추긴다. 이러한 콘텐츠는 더 많은 사람이 플랫폼에 오래 머물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은 더 많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생산한 뉴스의 이용자를 찾는 언론사들이 플랫폼에 더욱 의존하게 만든다.

독점적 플랫폼은 뉴스 소비의 디지털화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인 동시에 지배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디지털화된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호, 발전시킬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가치는 플랫폼의 상업적 목적 앞에 힘을 잃는다. 특히 네이버가 언론사의 뉴스 노출을 차별화하는 행태는 더욱 심각하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러한 행태는 언론과 플랫폼의 왜곡된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 저널리즘의 가치를 위협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네이버라는 독점적 플랫폼이 실제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면서 대다수 국민이 똑같은 뉴스를 접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플랫폼이 대중의 뉴스 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객관적인 정보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중이 편견 없는 의견을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맞게 되는 신뢰의 상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진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더 이상 정치권, 국가 기관 등으로부터만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큰 우려는 전통적으로 공공기관이 통제하던 것들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통제하는 민간 기업 때문에 생겨난다. 독과점적 플랫폼들이 세계적인 범위에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은 대중에 대한 그들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명성과 책임론이 대두된다. 플랫폼 기업들은 더 이상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그리고 특히 '기업 활동의 자유'라는 구호 뒤에 숨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독과점적 플랫폼은 스스로 정한 우선순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혁신을 막으면 안 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을 막는 독점적 플랫폼은 혁신과 거리가 멀다. 국가 권력을 능가하는 지배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독점적 플랫폼에는 더욱 분명한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