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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불댕긴 ‘다이내믹 프라이싱’ 논란…국내 확산 막을 수 있나

하이브가 불댕긴 ‘다이내믹 프라이싱’ 논란…국내 확산 막을 수 있나

기사승인 2023. 05. 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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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슈가 미국 공연에 '유동적 가격 책정 시스템' 적용
"티켓값 활어 시세처럼 널뛰어"…팬들 SNS로 불만 토로
법조계 "국내 도입 제제 못해" VS "불공정 거래 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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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슈가/제공=빅히트
"정가 400달러였던 좌석이 재접속했더니 1100달러가 됐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BTS 슈가의 미국 콘서트를 관람한 K-POP 팬들의 성화가 이어지고 있다. 정해진 가격 없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이 슈가 공연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피케팅(피 튀기는 티켓팅)'을 거쳐 결제창까지 도착한 아미(BTS 팬덤명)들은 영문도 모르고 스크린에 표기된 숫자대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아미들은 소속사인 하이브를 향해 "티켓값 뻥튀기 당장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냈다. 미국은 이미 보편화됐다는 이유로 충분한 설명 없이 성급히 도입했다는 것이다. 팬들은 SNS를 통해 "콘서트 가격이 노량진 수산시장 활어 시세처럼 널뛰어서야", "플랫폼 독점이 이래서 무섭다", "돈 있는 사람들만 콘서트 갈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반면 티켓을 싹쓸이한 뒤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리셀러들보다 차라리 소속사와 아티스트에서 이익이 더 돌아가는 것이 낫다는 반론도 있다.

하이브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확대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하이브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은 현재 미국에서 TXT와 슈가에 대해 적용 중"이라며 "시스템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티켓 파워가 필요한데 저희 아티스트들은 그런 파워를 가지고 있다. 미국 외 다른 지역도 공연 매출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AI를 기반으로 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확산되는 중이다.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을 도입해 경쟁 업체가 판매가격을 낮추면 곧바로 대응하는 최저가 매칭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역시 순위, 상대 전적, 경기일정, 날씨 등을 바탕으로 탄력적으로 티켓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효율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가격·서비스 측면에서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도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자체에 위법 소지를 따지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황혜진 파트너변호사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실제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호텔이나 비행기 가격을 검색하면 할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것도 데이터 수집을 통한 다이내믹 프라이싱 전략으로 볼 수 있다"라며 "이런 서비스들은 사용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스템 도입 자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율은 없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반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거래'로 보고 제재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타트업 전문인 곽상빈 변호사는 "경제학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데, 플랫폼이 기술을 통해 가격을 설정하면서 일종의 중앙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라며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가격이 책정됐다는 전제하에 거래상 지위남용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곽 변호사는 "알고리즘이 수요와 공급을 계산해 매긴 가격을 누군가는 적정가격으로 보지만, 다른 누군가는 부당하다고 평가한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겠느냐"며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 차별이라고 느껴지고 기업에서 매출 증대의 목적에서만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제재할 필요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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