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최준선 칼럼] ‘ESG 팔이’는 이제 그만

[최준선 칼럼] ‘ESG 팔이’는 이제 그만

기사승인 2023. 05. 16. 17: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 명예교수
ESG 팔이가 한창이다. 유식자라는 분들이 "ESG경영, 선택 아닌 필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는 무식한 기업인들에게 한 수 가르치려는 것처럼 들린다. 기업인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식하진 않다. 그것이 자기 회사에 선택인지 필수인지쯤은 안다. 자기 돈이 날아가는데 보고만 있을 기업인은 없다. 정부, 로펌, 회계법인, 언론이 온통 나서서 선동하지 않으면 좋겠다. 수입처에서 ESG 인증을 요구하면 수출기업은 당신들이 하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맞춘다. 필요하면 알아서 한다는 말이다. ESG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가 아니라 '깨어 있는 척하는 자본주의'일 가능성이 크다. ESG를 주장함으로써 전통적 자본주의 질서를 망가뜨려 새로운 헤게모니를 쥐고자 하는 책동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반자본주의자들은 기아와 가난, '불평등 확대,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경제위기의 반복, 비민주, 독점 조장, 이기심과 탐욕, 불필요한 소비, 전쟁, 파시즘의 위험 등을 모두 자본주의 탓으로 돌린다(라이너 지텔만). ESG를 주창하는 자들은 이를 통해 자본주의를 수정하자는 것이다. 먹잇감은 기업이다.

제21대 국회에 계류된 ESG 관련 법안만 해도 97개, 그중 직접 관련 있는 조항이 244개다(전경련 조사). 계류법안 중 ESG와 직접 관련 있는 조항(예: 탄소세 부과,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화)을 대상으로 하고, 관련 없는 조항(예: 부칙의 시행일과 적용례, 법률용어 정의·변경 규정, 다른 법률 준용규정 등)은 산정에서 제외하였는데도 이렇게 많다. 국가재정법, 국민연금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 등 개정안도 있다. 이들 법안의 내용도 ESG를 '고려하여야 한다', '반영하여야 한다'는 등 의무화 조항이 많다. 이처럼 각종 ESG 관련 법률에서 기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ESG를 현존하고 긴급한 위험으로 느끼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지켜야 하는 상수(常數)가 됐다. 

가장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ESG 공시'다. 현재 상황을 보면, ①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는 자율공시이고, ② 기업지배구조 보고서(G)는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은 의무 공시해야 하며, ③ 환경정보공개(E)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의무공시(2023년 현재, 코스피 상장사 기준) 사항이다.

정부는 ESG 경영의 투명성·비교가능성 등 제고를 위해 2023년 내로 국내 ESG 공시제도 정비방안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자본시장법령 등 개편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 일정(안)을 보면 2021년 8월 ESG 인프라 확충 방안, 2025년 일정규모(예: 자산 2조원) 이상, 2030년 전 코스피 상장사가 공시의무를 이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제적으로도 IFRS(국제회계기준) 재단은 ISSB(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를 설립해 2023년 상반기 발표를 목표로 ESG 일반 및 기후 관련 공시기준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EU는 ESRS(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 마련을 통해 공시기준을 제시하고 EU 기업·외국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SRS는 2022년 말 유럽의회를 통과하여 2024년 1월 시행 예정이다. 2024년 비재무보고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적용 대상 기업에 적용하고, 2025년에는 NFRD 비적용 대기업 중 일정규모 이상에 적용하며, 2026년에는 상장중소기업, 소규모 은행 및 종속 보험회사 중 일정규모 이상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는 '기후공시 의무화 규정'을 통해 공시기준을 제시하고 상장기업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23년에는 시총 7억 달러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나, 2024년에는 시총 0.75억 달러 이상 기업, 2025년에는 시총 0.75억 달러 이상이거나 매출이 1억 달러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문제는 공시 관련 기업의 비용 부담이다. 각종 ESG 관련 법률에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므로 기업의 처지에서는 당장 ESG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ESG 공시 의무화 추세로 공시 관련 비용과 관련, 기업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39개 美기업 대상 설문조사 결과, ESG 기후 관련 공시에 각 기업당 연간 약 9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이 자발적 기후공시에 사용하는 평균비용은 약 9억원($677,000), 기관투자자가 기업 기후 관련 기업정보 수집·분석에 사용하는 비용은 약 18억원($1,372,000)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도 현재는 코스피 상장사 820개, 2030년에는 환경정보공시가 코스피 전 상장사로 의무화가 검토되고 있고, 위 평균비용으로 계산했을 때 기후 관련 정보 공시에만 총 7,38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전경련 추산).

기업이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생산구조를 ESG 모드로 탈바꿈하겠다면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기업을 살리겠다면서 훈수를 두고 온갖 규제법을 만들어 기업의 컨설팅 비용과 공시비용 등 비용부담을 가중시키지는 말았으면 한다. 측정이 불가능한 '비재무정보 공시' 같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과도한 비용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기업을 돕는 길이다. 기업 스스로 ESG정책을 채택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스스로 알아서 대처할 것이다. 이 단계에서 전경련 등 기업 관련 민간기구와 협회 등을 통해 ESG를 공부하고 대처해나가면 된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