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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칼럼] 새 질서 개편기,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

[이각범 칼럼] 새 질서 개편기,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

기사승인 2023. 05.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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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범 한국과학기술원 명예교수
지금 우리는 또 다시 커다란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 1962년에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고도성장 기간이 시작되었다. 30년 후인 1992년에 선출된 김영삼 대통령은 개발독재 시절에 이룩한 압축성장의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한국병'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대 개혁을 단행하였다. 그로부터 또 30년이 지난 2022년에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기간 동안 누적된 국가적 부담을 덜어내고. 새로운 세계적 변화에 맞추어 국가혁신을 이루어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된 1962년 당시의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났다.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졸업 후 1~2 년을 기다려야 직장을 얻는 형편이었다. 우리나라에 산업다운 산업, 직장다운 직장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본부족-자원부족의 경제적 조건 아래에서 박정희정부는 정부 주도하의 산업화전략을 펼쳐나갔다. 정부 보증으로 해외로부터 차관을 도입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해외시장에 수출한 기업에 자금을 우선 배분하는 방식의 수출 주도형 산업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필연적으로 수출 실적이 높은 기업에 금융-세제 지원이 집중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경제력 집중문제를 불러오게 되었다. 한국은 불균형 성장전략 아래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고, 만성적 실업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산업화를 시작하던 단계에서부터 경제력 집중 완화에 중점을 두어 균형성장전략을 채택하였더라면, 농업과 공업의 균형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성장, 고속도로 대신 지방도로 포장 전략을 채택하였더라면 60년-70년대의 눈부신 고도성장은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고도성장과정에서 축적된 자본과 기술을 바탕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은 주류산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전자공업과 중화학공업 등 자본집약,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꾸는 대전환을 기획하였다. 동시에 종합상사제도를 만들어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재벌기업군을 형성하였다. 1972년에 1차5개년계획 때부터 숙원사업이던 종합제철소가 완성되어 1970년대 중반부터는 자동차, 조선 등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는 길을 닦았다. 만성 철 기근으로 시달리던 건설부문에도 숨통을 틔어 70년대 대규모 건설 붐이 가능하게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강의 기적'은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일례로 당시 독일 슈피겔지는 "'부지런함'에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일본인조차 부끄럽게 만들었다"고 하였다. 

'고도성장'이란 강력한 빛은 동시에 우리경제 사회에 짙고 두터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성장을 위하여 필수적이던 요소들이 다음 단계의 나라발전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고도성장기에는 숨어 있던 부담들이 경제 침체기에 나라 발전의 '구조적 장애요인'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992년에 선출된 김영삼 대통령은 정치권과 재벌기업들 사이의 정경유착(政經癒着), 투기와 불로소득, 음성소득의 횡행, 경제정의의 훼손,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정부패의 만연을 한국병으로 명명하고 그 폐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무너진 정치적 정당성과 부(富)의 정당성을 바로 세우고, 무질서, 무권위, 무기강의 3무(三無)현상을 극복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김영삼정부 1년 동안 눈부신 개혁작업이 이루어졌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의 도입, 부정부패척결을 위한 각종 제도적 개혁을 단행하였다. 혈연·지연·학연 등 정연(情緣) 덩어리에 의해 이루어진 담합 대신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연고자본주의 (crony capitalism)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와 동시에 세계화·정보화의 새로운 세계적 추세에 적극적으로, 선두적으로 부응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개혁을 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제일 먼저 초고속정보고속도로망 (인터넷망) 건설을 기획하였지만 즉각 인터넷 기간망 구축을 시작한 것은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0년에 세계 최초로 인터넷 사용인구 1,000만 명 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문민정부의 개혁은 임기 마지막해의 마지막 단락에서 IMF 사태를 맞아 종료되었으나, 이 사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20세기의 끝자락부터 21세기 첫 20년 까지 30년간 세계를 풍미한 '월스트리트 자본주의'의 서막을 알리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일단이었다. 

2022년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나간 30년간 발전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해소하고, 새로운 30년을 설계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특히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국가해체' 수준에 가까운 "치적"이 남긴 폐해는 엄청났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부동산정책', '탈원전정책'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허깨비 정책위에 엄청난 국가부채가 새 정부를 중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디지털기술과 금융기술의 합작으로 기승을 부리는 '투기자본주의'의 경제 농단을 극복하여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전환에 맞추어 바이오분야, 의료분야, 우주분야, 에너지 분야, 지구환경분야, 예술분야에서 새로운 융합기술은 연쇄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새로움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제어 가능한 생산 질서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디지털기술을 조합하여 퍼뜨리는 가짜뉴스와 조직된 세력의 허위 선동으로 위기의 비상 사이렌이 울린 민주주의를 구하는 일이 세계 중추국가 대한민국의 지도자에게 부과된 임무이다. 

경제안보시대. 세계의 공급망이 새롭게 편성되고, 자유-공정-인권-법치의 가치를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때, '자유'의 가치를 중심으로 취임사를 직접 쓴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대한민국 국민의 선택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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