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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칼럼] 금융위기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김종창 칼럼] 금융위기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기사승인 2023. 05.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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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금융위기는 과거의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온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관리의 최고책임자로서 위기 대응정책을 주도했던 연방준비은행 버냉키 의장과 부시행정부의 폴슨 재무부 장관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의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 세 사람이 쓴 책 '위기의 징조들'에서 강조한 문구다.

 위기는 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위기는 반복된다. 이는 사람들 행동의 불가피한 속성 때문이다. 위기가 지나가고 평온한 날이 오면 위기의 순간을 곧 잊어버린다. 망각(forgetfulness)의 속성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싶어 한다. 탐욕(greed)의 속성이다. 또한 사람들은 절제할 줄 모른다. 상승할 때는 비이성적 과열이 지배하고 하락할 때는 비이성적 공포가 지배한다. 무절제(intemperance)의 속성이다. 그래서 위기는 반드시 다시 온다고 하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 사이에 거의 10년 단위로 3번의 엄청난 위기를 맞은 경험이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에 맞은 코로나 위기가 그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그야말로 외환가 부족해서 맞은 위기다. 그해 12월 18일 가용외환보유액은 39억 달러였다. 이는 10일 치 수입대금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1996년 말 외화부채가 가용외환보유액의 5배이고 외채의 반이 단기부채였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기업부실 금융부실 회계부실 등 경제전반에 걸친 부실경영문제였다. 결국 30대 재벌 중 17개 대기업그룹이 구조조정이 되고 위기 2년 동안에 100년의 전통을 자랑해 온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10개의 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의 부실에서 시작되었다. 2001년 이후 금리를 낮추면서 5년 동안 주택가격이 배로 뛰고 비우량주택담보대출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이 대폭 늘어났다. 감독 당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이를 조장했다. 2006년 이후 금리인상과 함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금융부실이 천정부지로 늘어나 금융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 위기는 바이러스의 전이를 막기 위해 폐쇄(lockdown), 거리제한(social distance)을 함으로써 이동이 제한되고 경제 전반의 공급과 수요에 충격을 주게 되어 실물경제가 위축된 경제위기다. 세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연달아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면서 값비싼 후유증을 남기고 있다. 그 상흔이 또 다른 위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각국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낮추고 대규모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대폭 공급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재난지원금을 풀어 국민들의 삶을 유지했다. 결국 유동성과 부채로 위기를 막은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부채가 2008년 GDP의 77%에서 2020년 132%로 늘어났다. 또 위기가 오면 더 이상 쓸 돈이 없다. 물가가 40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고 주택가격, 상업용부동산 가격이 지난 10여 년간 배 이상 올랐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하락추세로 돌아서는 등 버블이 꺼지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은 작년 1분기 이후 긴축기조로 전환했고 그 과정에서 실리콘밸리뱅크(SVB) 등 은행이 파산하고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증폭되고 있다. 위기에서 교훈을 얻은 당국이 신속 과감하게 대응함으로써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탱하는데 신뢰는 유리알과 같아서 자칫 잘못 다루면 투매나 뱅크런이 확산되는 등 불길이 가차 없이 금융권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세계는 미중 갈등의 증폭, 글로벌 공급사슬의 붕괴, 반세계화 현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기후위기 등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제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가? 먼저 외환 측면에서는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대외 순(純) 채권국이며 단기외채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외환 측면에서는 전면적인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현재 흑자인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선다면 외환 측면에서 압박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SVB 등 은행파산과 관련하여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걱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자본 비율, 유동성 비율 등 건전성 측면에서 규제 비율을 상회하는 등 현재로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에는 자본의 적정성 비율이 소폭 하락하고 있으나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금리상승, 부동산경기 부진 등으로 자산건전성이 저하되고 있고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으며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어 면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택시장의 상황을 보면 지난 정권 5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서울의 경우 두 배로 올랐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반전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편승하여 부동산 PF 대출도 많이 증가하였고 연체율도 상승하는 추세다. 미분양 증가, 주택거래 감소, 주택가격 하락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 PF대출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코로나 기간 자영업자 대출이 30% 이상 늘어 1000조원이 넘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분야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이 시스템 위기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글로벌 불안 요인과 국내 불안 요인들이 공존하는 만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조기경보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상황별 대응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여 경제주체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유관기관 간 유기적인 정책 공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8일 발표한 연준의 'SVB 감독 및 규제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SVB 파산의 원인으로 연준의 감독 실패, SVB 리스크 관리 실패, 완화된 규제를 들었다.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용기 있는 보고서다. 우리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감독에 빈틈이 없는지,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없는지, 규제에는 허점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때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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