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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포커스] ‘포티투닷’ 투자 늘리는 현대차그룹…‘SDV’ 전환 속도

[아투포커스] ‘포티투닷’ 투자 늘리는 현대차그룹…‘SDV’ 전환 속도

기사승인 2023. 05. 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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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닷이 운영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포티투닷이 운영하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제공=포티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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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포티투닷에 단행한 1조원대 유상증자에서 첫 번째 주금 납입을 마쳤다. 실권주까지 모두 흡수하면서 투자금액과 지분율은 예정보다 소폭 늘었다. 기존 투자사였던 롯데렌탈 등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앞으로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공급사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해 초 정의선 회장이 소프트웨어에 미래차 성패가 달렸다고 강조했던 터라, 전용 운영체제 개발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31일 포티투닷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와 기아는 포티투닷 1차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3462억원의 주금을 납입했다. 다른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권주까지 인수해 지분율은 현대차와 기아를 합쳐 94.15%로 소폭 더 높아졌다.

현대차그룹 외 주주들은 대부분 시리즈A(창업 5년내 초기투자) 투자로 자금을 투입했던 곳들이다. 롯데렌탈은 4%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율은 더 희석될 전망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이번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처음 지분 투자할 때 맺었던 업무협약에 따르면 자율주행 관련 기술 제공 등 여러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아직 자금 회수 검토는 하지 않고 있고, 추후 협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실권주를 인수하며 예상보다 200억원 가량을 더 투자하게 됐다. 앞으로 남은 주금 납입시 투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로 예정된 주금 납입은 오는 2024년 3775억원, 2025년 3470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실권주를 모두 인수할 예정이라 투자 금액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지난해 말까지도 자기자본 365억원에 불과한 벤처기업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兆)단위 투자를 통해 외형을 크게 늘리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자회사로서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 포티투닷은 설립단계부터 현대차그룹과 연을 맺고 있었다. 네이버랩스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2019년 포티투닷을 창업하면서 현대차의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여러 대기업들과 재무적 투자자들은 포티투닷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현대차의 초기 투자'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곤 했다. 결국 정의선 회장은 2021년 송 대표를 현대차그룹으로 영입했고, 4200억원에 포티투닷 경영권까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아직 포티투닷은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이익 결손금은 1221억원으로 손실 폭은 더 커지고 있다. 우선주 발행으로 확보했던 1000억원 가량의 투자금도 다 소진하면서 자기자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자금 수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티투닷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받고, 자율주행서비스 플랫폼 대표 운영사로 선정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 부문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의 전폭 지원을 받는 만큼 이제는 SDV 관련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SDV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 성능이나 상품성을 바꿀 수 있어 기술 내재화가 중요하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도 기술 고도화가 가능해 대표적인 SDV 핵심 기술로 꼽힌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그룹의 여러 목표 중 2025년까지 회사 전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SDV 관련 기술에 미래차 성패가 달린 만큼, 독자적 운영체제를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이미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SDV 시대에 대비해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고 SDV 차량용 전문 소프트웨어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이제는 일반 자율주행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 현대차그룹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며 "증자 이후 현대차그룹의 SDV 역량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에 맞춰 연구 개발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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