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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동심협력(同心協力)

[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동심협력(同心協力)

기사승인 2023. 06. 0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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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한승
금한승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장
최근 세계 경제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탈탄소'라는 키워드가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이 앞다투어 탄소를 줄이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월 고(高) 탄소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확정했다. 작년 말에는 기업의 기후변화 노력 등을 포함한 지속가능성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도 채택했다. 미국도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작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발효해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민간기업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제품생산 전 과정의 탈탄소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7000여 기업이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했으며 애플, 구글과 같은 기업은 협력업체에까지 'RE100(Renewable Energy 100)', 즉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질서 흐름 속에 우리 기업이 본류를 이탈하지 않으려면 '선수' 역할을 하는 기업과 '코치' 역할을 하는 정부가 원 팀(One-team)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탄소 배출 저감 역량을 높이도록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기업이 핵심 탄소 감축 기술을 조기에 활용하도록 초기 기술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확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 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90조 원의 예산을 핵심 감축 기술 개발 등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기업이 산업 공정 탈탄소화 등 실제 수요에 맞는 감축 기술을 개발해 적기에 감축 성과를 내도록 지원할 것이다.

또한 기업의 탄소 감축을 유도하는 '좋은' 제도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배출량의 약 70%를 관리하는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해 탄소를 더 많이 줄인 기업이 혜택을 얻는 구조로 만들 계획이다. 한편 기업이 부담하는 탄소 감축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수입금을 기업의 감축 활동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탄소 배출과 비용부담을 줄이고, 국제경쟁력은 올리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가 모범을 보여 민간을 선도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신규 감축 기술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도입 사례도 많지 않다. 가격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기업이 당장 도입하기엔 다소 위험부담이 있다. 이때, 정부가 먼저 도전적인 기술과 목표를 적용해보는 것이다.

환경부가 지원하는 공공부문 건물일체형태양광(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s·BIPV) 보급 사업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BIPV는 태양광 모듈이면서 건축 부자재 기능도 있는 에너지자립 건물의 핵심 설비다. 다만 설치비가 일반 태양광보다 약 4~7배 높아 설치량은 총 31MW에 불과하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기준 약 6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자체와 전국 환경기초시설, 소속·산하기관에 BIPV 설치를 집중 지원 중이다. 지원사업을 운영하며 BIPV 관련 기술적·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공모전 개최, BIPV 우수사례집 발간 등을 통해 민간 건물에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서 이전에 없던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도 함께 나서야 한다. 기업의 탄소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정부가 나서서 민간을 이끌어 준다면, 기후 위기 대응과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감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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