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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칼럼] ‘허둥허둥’과 부족한 매뉴얼 사이의 당혹감 그리고 대책

[오응환 칼럼] ‘허둥허둥’과 부족한 매뉴얼 사이의 당혹감 그리고 대책

기사승인 2023. 06. 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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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응환
오응환 객원논설위원
지난달 31일 새벽은 한동안 공포와 허둥거림의 연속이었다. 6시 30분경 TV화면 하단에 '백령도에 경계경보가 발령되었다'는 자막이 올라왔다. 잠시 후 서울시 자체 발령 경계경보사이렌이 울렸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남쪽으로 쏘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일본도 오키나와에 주민 지하 대피령을 내렸다'는 안내가 떴다. 급변사태가 있다는 것인가? 북의 위성발사 예고가 있긴 했으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다.

◇황당함 하나

경계경보 자막을 띄운 채 TV는 긴급 뉴스가 아닌 정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라디오에 귀 기울이라는 안내뿐 TV를 통해서는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조금 지나서 TV뉴스가 진행되었다. 황당한 것은 사태에 따른 분명한 행동지침을 공영방송이 재난주관방송사로서 국민에게 알려 주어야 할 텐데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정부로부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보받지 못한 탓이라 추측한다. 국가 위중 사태 발생 시 국민에게 적시에 정확한 행동지침을 안내해 주기 위해 정부부처와 공영방송사 간 긴밀한 비상 연락체계 유지는 필수일 텐데 지난달 31일, 그런 기능이 발휘되지 못한 결과지 싶다.

◇황당함 둘, 서울시의 경계경보 사이렌 발령과 행안부의 부인

서울시의 자체적 경계경보 발령 문제는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경보 발령하라'는 행안부 지령 중 '경보미수신지역'의 해석에 따른 문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위험에 대한 최대한의 대비로서 발령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런 논란이 국민에게 비상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 정부의 엇박자로 비춰져 불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힘이라도 모아야할 중앙·지방 정부가 엇박자를 낼 소지가 애초에 없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경보발령 시스템과 각자의 역할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황당함 셋, 양치기 소년의 상황

북한은 올해 미사일을 10번 쐈고 계속 발사체를 쏘아 올릴 텐데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이 위기에 무감각해지면 어쩌나 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위험에 대비해 평소 준비해야 할 것들을 우리는 현실의 불편함을 핑계로 무시한다. 이는 재난과 위험 그리고 북의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위험은 무관심과 방심을 먹고 일취월장으로 커져 기어코 우리를 삼킬 것이다.

◇그리고 대책

하나, 전쟁과 재난 등 위급 상황에 따른 지휘계통과 국민이 각각 취할 행동 매뉴얼의 정비가 시급하다. 매뉴얼은 즉시 각 상황에 적용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명쾌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매뉴얼의 반복적 실행을 통해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매뉴얼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둘, 국가가 '생존키트'를 만들어 전 국민에게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급 상황 시 따로 짐을 쌀 필요 없이 그것만 둘러메고 지정 장소로 대피하면 일정 기간 생존할 수 있게 말이다.

셋, 대피 장소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 안내판 등을 정비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유사시 대피장소로서 그 효용이 극대화되도록 평소 시설을 철저히 유지 관리해야 한다. 시설을 방치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시설을 사용할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넷, 모바일 시대에 맞는 소통방법을 갖추자. 전시(재난)행동요령을 앱으로 만들어 배포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실시간으로 재난에 대비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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