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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패싱 되던 전경련의 부활은, 단순히 정권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 미국·일본 등 주요국간 경제 동맹의 대두 되면서 사귀었던 친구도 많고 사정도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시대의 요청에 따랐다. 대외적으로 재계가 내야 할 목소리를 핀셋으로 콕 집어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긴밀한 소통도 대표단체 타이틀을 달고 수행하는 게 미션이다.
사회적 저항은 없을까. 요컨대 부활의 전제는 정경유착 타파가 아니다. 기업을 위한 게 국가경제를 위한 거라면 정부와의 끈끈함은 필수다. 서로가 어디가 가렵고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를 알아야 시너지가 생긴다. 이미 TSMC를 국가를 지키는 전략자원으로 인식, 사활을 걸고 지원에 나선 대만이나 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책을 다 뜯어고치고 있는 미국을 보면 된다. 공산당, 중국의 이기주의적 자국산업보호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핵심은 정치권과 정부가 재계에 압력을 행사하는 구조여선 안된다는 데 있다. 故 구본무 LG회장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시키는 건 거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 "국회에서 입법으로 막아달라"고 한 사이다 발언은 모든 경제인들의 속내였다. 30여년 전 일해재단 청문회장에서 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고 전경련 주도 모금에 대해 밝힌 것도 같은 이치다.
전경련 부활을 응원한다. 정부가 혼자 다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낮말과 밤말을 모두 들어야 할 정보망이 그렇다. 정부가 관 개념의 공식 채널로 소통한다면 모세혈관처럼 촘촘히 연결 돼 휴민트를 발휘할 수 있는 게 바로 전세계에 퍼져있는 기업들 네트워크망이다. 고강도 정책안이 발의되기 전 캐치할 수 있다면, 소위 '악마'가 숨어 있다는 그 법안의 디테일을 이용해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지켜낼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전경련은 앞으로 발생 할 정치권 압력과 부조리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와의 동행에서 대기업들의 일사불란한 협력을 120%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회원사라 해도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기업이 있다면 퇴출하고 지탄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출발을 앞둔 전경련 새 수장의 취임 일성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