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밀리의서재, 몸값 깎아 상장 나서는 까닭은···‘FI 계약 조건 탓’

밀리의서재, 몸값 깎아 상장 나서는 까닭은···‘FI 계약 조건 탓’

기사승인 2023. 08. 15. 16:48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밀리의서재
밀리의 서재 주주간 약정 내용 /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니뮤직 자회사 '밀리의서재'가 공모주식 수를 줄이고, 공모가를 낮추며 상장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살을 깎아가며 상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상장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한다. 상장에 실패할 경우 수백억원의 페널티는 물론, 대주주 지위까지 반납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서는 밀리의서재가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만큼 이번에는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밀리의 서재는 지난 14일 코스닥시장 상장위원회로부터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밀리의서재가 상장에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상장을 위해 공모주식 수를 200만주에서 150만주로 줄이고, 전량 신주로 발행하며 공모 가격도 낮추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몸값은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해야하는지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빠른 시일 내에 상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6년 설립한 구독형 전자책서비스 플랫폼 '밀리의서재'는 2021년 지니뮤직에 인수되면서 KT그룹 계열사가 됐다.

2021년 9월 인수 당시 지니뮤직은 밀리의서재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구주 일부를 사들이며 FI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계약서에 적힌 조건들이 상장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첫 번째 조건은 '3년 이내에 상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IPO(기업공개) 간담회와 수요예측을 진행하며 상장 절차를 밟았지만, 흥행에 참패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기업 가치가 너무 고평가 됐던 점, 플랫폼 사업에 대한 투자업계의 인식이 좋지 않았던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고, 참여한 기관투자가들도 대부분 당시 공모가 하단이던 2만1500원을 밑도는 가격을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시도의 불발로 계약 이행을 위해서는 2024년 9월까지 코스닥에 입성해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약속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못했을 경우 FI가 풋옵션과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상장 실패로 FI에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 대한 '페널티'다. 밀리의서재의 1분기 감사보고서 공시를 보면 '페널티 풋옵션(Penalty Put Option)' 항목에 '상장 신청이 가능한 형식적 심사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 (주)지니뮤직 이외 다른 주주들은 (주)지니뮤직에게 기업공개 관련 의무위반에 대한 매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문제는 해당 풋옵션의 가격이 한 주당 25만원으로, 지니뮤직의 구주 인수 가격보다 36.6% 이상 높다는 것이다. 현재 HB 유망서비스산업투자조합·KB 코넥스 활성화 투자조합·코오롱 2015 K-ICT 디지털콘텐츠 투자조합·HB 청년창업투자조합·스틱4차산업혁명펀드 등 FI 주주들의 밀리의서재 지분율은 총 24.29%다. 해당 지분을 전부 풋옵션으로 매도할 경우, 그 금액은 단순 계산으로도 약 400억원에 달한다.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하면 지니뮤직이 대주주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드래그얼롱(Drag-Along, 동반매도청구권)이란 투자자가 최대주주(보통 대표이사) 지분까지 끌어와(Drag) 제 3자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밀리의서재의 경우 상장 기한 이내에 회사가 상장되지 않으면, 지니뮤직 이외 다른 주주들은 지니뮤직에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 가능하다. 지니뮤직이 필사적으로 상장에 나서는 이유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니뮤직 입장에서는 KT가 공을 들이고 있는 콘텐츠 사업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딜(Deal)이 큰 상처만 남기고 무산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연내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