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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칼럼] 보다 나은 정전관리 위한 유엔사 규정 개정의 필요성

[이기성 칼럼] 보다 나은 정전관리 위한 유엔사 규정 개정의 필요성

기사승인 2023. 09. 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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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정장)
이기성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이하여 유엔사의 역할과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사 주요 직위자들을 용산으로 초청하여 '유엔사는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강력한 힘'이라고 깊은 신뢰를 표시하였고,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유엔사 후방 기지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이처럼 유엔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유엔사에 대하여 부정적 인식을 유발한 사례들이 있었다. 2021년 12월 20일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사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백골 부대 방문 과정에서 전방사단이 법적 지시를 준수하지 않고 민간인들에게 군복을 입혀 위험에 처하게 했고 유엔사의 승인 없이 추가 인원들이 비무장지대를 출입하도록 했다며 정전협정 위반을 지적하였다.

유사한 사례는 같은 날 박병석 국회의장의 전방부대 위문 방문에서도 있었다. 올해 1월 26일에는 북한 무인기의 남한 영공 침투에 대응하여 우리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낸 군사작전에 대하여 남북 모두의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규정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유엔 헌장 51조의 자위권 차원의 대응으로 정전협정이 자위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에 근거하여 유엔사 규정을 제정하여 원칙에 따라 한반도 정전관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유엔사가 정전 70주년이 되는 현시점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기여하여 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유엔사가 정전관리를 위해 적용하고 있는 유엔사 규정은 7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한반도의 변화된 작전환경에 부합되도록 최적화되어야 하지만 일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유엔사가 정전관리를 위한 규정은 6건으로 통상 2년 주기로 개정을 논의하고 있고, 지금까지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기 위하여 몇 차례 규정을 개정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도 국방부 차원에서 규정 개정 소요를 제기한 바가 있지만 실질적인 반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규정을 적용받는 한국군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되어야 함에도 유엔사의 규정 개정을 위한 한국군의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였다. 하지만 유엔사에 대한 역할과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국민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실정에 부합되는 유엔사 규정 개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유엔사 규정 개정 시 다음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북측의 군사정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지 않은 점이다. 정전협정 체결 시 남북측이 군사정전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하였으나 북측은 1994년 이후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에서 철수함으로써 이를 무력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한반도 정전관리를 위해 크게 기여하여 왔으며, 앞으로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여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규정을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GOP 철책과 남방한계선의 불일치 문제를 합리적으로 반영하여야 한다. 정전협정에 명시된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2㎞에 위치한 남방한계선과 현재의 GOP 철책선이 불일치함으로써 정전협정 위반사항이 발생하여 한국군 전방부대와 갈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전방 GOP 철책선은 한국군이 실질적인 DMZ 지역의 경계선으로 인식하고 있는 선으로 이를 기준으로 유엔사 관할지역을 구분하도록 반영되어야 한다. 현재 남방한계선은 정전협정 부록인 지도에 표시된 자료만 남아있을 뿐 아직 실측이 이루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남방한계선에 대한 정확한 실측을 선행한 후에 규정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한국군의 전력발전 내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정전협정 체결 시에는 당시의 무기체계를 적용하여 DMZ 내로 반입 통제 무기를 규정하였다. 하지만 우리 군은 새로운 장비를 전력화하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작전개념에 따라 진지들도 준비하고 있다. 전방부대 정기 점검 시에 이러한 부분들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새로운 작전개념에 의한 전투준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적의 무인기 위협에 대한 대비를 위하여 신형 대공무기를 전방으로 배치할 경우 이는 유엔사 규정 위반이 되는 것은 문제이다.

넷째, 적절한 수준의 DMZ 출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 방위를 위해 수고하는 장병들을 격려하고 위문하기 위한 우리 국민들의 전방부대 방문은 작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 전방부대 방문 시 민간인이 군복을 착용하고자 하는 것은 동일한 복장을 착용하는 것이 장병들과 일체감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한국인의 정서가 있다는 점들도 이해되어야 한다.

다섯째, 남북한의 군사적 합의사항의 이행이 고려되어야 한다. 남북 간의 합의사항을 유엔사 규정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제한이 있다. 하지만 남북한의 군사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정전관리 차원에서 어떻게 규정화할 것인가는 검토하여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엔사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유엔사와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적용의 대상이 되는 한국군의 입장이 유엔사 규정에 반영되게 하면서, 우리 군이 규정을 준수하고 유엔사의 정전관리 활동이 보장되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우리의 변화된 작전환경을 반영한 규정화 노력은 정전협정 체결 70년 이후에 더욱 발전적인 한반도 정전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기성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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