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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칼럼] 무엇보다 농민을 위한 농지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김은경 칼럼] 무엇보다 농민을 위한 농지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3. 09. 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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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농지규제 걷어낼 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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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민은 '땅'이라는 생산수단에 기반한 경제주체이므로 농지를 활용하여 경제적 이윤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현실은 규제 위주의 농지정책으로 인해 농민들은 농지를 이용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 한국의 농지규제는 '농민'에 대한 고려 없이 농지보전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지규제인 농업진흥지역의 면적은 2021년 기준 77만3491㏊로 전체 농지 면적의 50%에 달한다. 농업진흥지역은 규제가 강한 농업진흥구역(2021년 기준 89.7%)과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농업보호구역(2021년 기준 10.3%)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농업진흥구역의 비중이 과도하여 인구감소 및 농민 고령화 등 농촌의 변화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경지는 계속 늘어나고 불법적·편법적이지만 농지전용이 불가피해지면서 난개발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농업진흥지역은 1720만㏊로 국토 전체 면적 3780만㏊ 대비 45.5%이다.

그러나 규제가 강한 우량농지에 해당하는 농용지 구역은 466만㏊(농지는 약 404만ha)로 농업진흥지역의 27.2%이고, 한국의 농업보호구역에 해당하는 농진백지는 농업진흥지역의 72.8%이다. 농업진흥지역을 현재의 관점이 아니라 미래의 관점에서 지정하고 있어 실제 농지규제가 강하게 적용되는 면적 비중은 높지 않다.

우량농지는 보호되어야 한다. 그러나 농업진흥지역이 모두 우량농지는 아니다. 급격한 도시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에서 농업진흥지역은 공동주택이나 공장에 둘러싸여 농지로서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농지전용에 대한 압력도 높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농업진흥지역 내외 모두 대규모 휴경지가 발생하고 있다. 농업진흥지역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업진흥지역은 2008년과 2015년에 일부 해제하였으나 이제 새로운 여건을 반영한 추가적인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 농업진흥지역 지정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에 기반하여 불합리한 지정지역이나 보존 가치가 낮은 농지는 매년 정기적으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내 과도한 농업진흥구역은 경지정리 면적을 기준으로 축소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농지 가치가 훼손되었거나 보전 가치가 낮은 농업진흥구역의 농지는 농업보호구역으로 전환하여 행위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업진흥구역의 비중을 낮추고 농업보호구역의 비중을 높여 규제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 특성과 지역경제의 전망을 고려하여 지역이 스스로 규제지역을 차등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농지의 체계적 개발 및 보전의 조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계획과 '농지규제 합리화 로드맵'의 마련이 시급하다.

농지의 특성에 기반하여 합리적인 농지전용도 허용해야 한다. 이제까지 국가가 공익이란 이름으로 마구잡이 전용을 해 온 농업진흥구역은 보호하되 농업보호구역 및 농업진흥지역 외부 농지는 농지 상태와 개발수요에 따라 과감하게 전용해야 한다. 경직적인 규제가 유발하는 난개발을 방지하고 농지를 지역발전을 위해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획적·집단적으로 전용을 할 수 있도록 농지별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우량농지는 최후순위가 되도록 해야 한다. 농지전용의 요건도 구체화하여, 농지로서의 보존 가치가 낮고 도시용지의 적절한 공급을 위하여 필요한 농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용을 허용해야 한다.

농지소유자가 자신의 농지를 활용하여 주말·체험 영농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시급하다. 자신의 땅을 자신이 이용하는 것을 막는 규제는 공권력의 권력남용이다. 농지소유자는 주말·체험 영농을 통해 농지 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농가소득을 높이면서 도시민들의 효용도 충족시킬 수 있다. 농민도 농업진흥지역 내 정비되지 않은 농지나 유휴지를 직접 주말·체험농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무시한 이행강제금 부과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토지 주변의 잔여 토지가 장기간 농지 외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 원상회복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농지로 이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농지처분 및 원상회복 의무의 예외를 인정하여 이행강제금 부과를 철회해야 한다. 상속농지는 농지 처분명령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지로 이용하도록 피상속인에게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농지 불법전용의 양성화 추진도 필요하다.

농지보전 부담금의 부과율도 현행 30%에서 20%로 인하해야 한다. 농지의 공시가격은 계속 상승해 왔고 이제는 농지보전 부담금을 이용해야 할 매립지와 간척지에 대한 수요도 거의 없다. 부담금 부과율을 인하하여 국민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농민들이 농지의 규모화와 농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세지원도 필요하다. 농지를 양도한 돈을 일정 기간 내에 농지, 농업용 자산 취득, 하우스 등 농업시설 투자 등 농업에 재투자하는 경우 한도 없이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야 한다. 농지를 귀농인·농업인, 농업법인 등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하여 영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낮은 가격에 농지를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 영농 자녀에 대한 농지 증여에 대해서는 면적 제한 없이 증여세를 면제하고 증여세 이월과세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증여받은 영농 자녀가 일정 기간 이상 해당 농지에서 영농하는 경우 이월한 증여세는 전액 면제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노령화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자경(自耕)을 할 수 없어 농지를 증여하는 경우에도 증여세 감면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 피상속인이 노령화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자경하지 못한 경우에도 영농상속 공제혜택을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한 조치이다.

농지정책의 목표는 농지를 소유하고 이용하는 농민들이 더 잘살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농지보전'보다 '농민이 잘사는 것'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농지'보다 '농민'이 먼저다.

김은경(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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