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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칼럼] 대선 공작 게이트와 독점적 플랫폼

[박재형 칼럼] 대선 공작 게이트와 독점적 플랫폼

기사승인 2023. 09. 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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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미국의 애플·알파벳(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중국의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을 플랫폼 규제 법안인 '디지털 시장법(DMA)'의 적용 대상으로 발표했다. 해당 기업들은 내년부터 독점적 위치를 남용한 영업을 제한하는 EU의 규정을 어기면 연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물게 된다.

미국의 연방 규제 당국은 2023년 들어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독점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2020년부터 주요 기술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검색엔진, 광고, 앱스토어에 대한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경쟁적 방법에 의존해왔다며 다수의 소송을 제기했다. 강화된 반독점 정책과 관련 소송들이 미국의 반독점법 해석 자체까지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에서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로 몰아가는 김만배씨의 허위 인터뷰를 하고 이 기사를 대선 사흘 전 뉴스타파가 보도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중대한 선거 직전 이렇게 의도적으로 확산한 가짜 뉴스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특히 첨단 인공지능(AI) 기술로 정교하게 만든 가짜 뉴스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다.

대선 직전 허위 인터뷰 보도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 책임의 중심으로 독점적 플랫폼 네이버를 지목한다. 한국인 대다수의 뉴스 소비 행태를 사실상 네이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은 광범위하다. 특히 이처럼 대중의 뉴스 소비를 지배하는 독점적 플랫폼이 저널리즘의 가치를 위협하고 언론의 정치화를 심화시키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상업적 뉴스 매체들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으로 점점 더 페이스북, 한국의 경우 네이버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 의존한다. 그리고 이는 저널리즘의 가치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뉴스 매체의 편집자와 기자들은 뉴스 기사가 플랫폼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따라 그 방향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이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에 집중한다. 이러한 상황은 독점적 플랫폼과 언론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관계를 더욱 심화시킨다.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독점적 플랫폼은 뉴스 소비의 디지털화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인 동시에 지배자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디지털화된 저널리즘의 가치를 보호, 발전시킬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 가치는 플랫폼의 상업적 목적 앞에 힘을 잃는다. 특히 네이버는 언론사에 등급을 매겨 이용자에 대한 언론사의 뉴스 노출을 차별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러한 행태는 언론과 플랫폼의 관계를 더욱 왜곡한다.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권력과 언론은 '언론의 정치화'를 초래한다. 언론의 정치화는 정보의 왜곡과 편향, 가짜 뉴스의 확산, 대중의 건전한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 원칙의 위협, 언론의 신뢰 상실과 저널리즘의 위협 등 광범위하고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은 언론의 정치화를 악화시키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언론의 정치화로 정보의 왜곡과 편향이 발생한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플랫폼을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누가 작동하고 운영하느냐, 즉 그 알고리즘을 누가 만들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은 크고 작은 정치적 또는 사회적·문화적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설계할 때 그 설계자의 성향과 가치판단이 처음부터 포함되면서 생긴 일이다.

언론의 정치화는 대중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혼란과 불신을 유발하게 만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음모론이나 부정확하고 편향된 정보의 지속적인 확산은 객관적 정보 또는 진실을 구별하는 시민의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불신, 숙명론, 일부 이용자의 이탈 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신뢰의 상실은 실제로 사회적 대화를 심각하게 가로막고, 정치적 분열을 증폭시켜 결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또한 언론의 정치화는 대중의 건전한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할 수 있으며, 네이버라는 독점적 플랫폼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네이버는 실제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사가 아니면서 대다수 국민이 똑같은 뉴스를 접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여론 형성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점적 플랫폼이 대중의 뉴스 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객관적인 정보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대중이 편견 없는 의견을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맞게 되는 신뢰의 상실은 자유민주주의의 상실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신뢰의 상실을 한국의 좌파처럼 반민주주의적 대중독재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반긴다는 사실이다. 권위주의 정권 또는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실제로는 대중 독재적 행태를 일삼는 집단의 목표는 견제받지 않는 자신의 권력에 대해 대중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들은 객관적인 진실을 찾아내 위선적이며 왜곡된 정보를 걸러내는 대중의 능력이 떨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기업은 이 문제를 알면서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할 궁리만 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더욱 찾기 어려워진다.

미국과 EU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서두에 예를 들었듯이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과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 발달과 사회적 환경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자체적으로 언론사에 등급을 매겨 이용자에 대한 각 언론사의 뉴스 노출을 제한하는 등 네이버의 독점적 권력 남용을 통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점적 플랫폼 네이버에 대한 효과적인 사회적 통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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