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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계약·법령 우회’ 의혹… 산업은행 수의계약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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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민 기자

승인 : 2023. 09. 24. 20:02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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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금융 공공기관인 KDB산업은행에서 수의계약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01개 주요 공공기관이 체결한 수의계약 평균치(18.5%)보다 2배 가량 높았다. 게다가 특정 업체와 다수의 계약을 맺어 공공입찰을 피하거나, 쪼개기 계약 방식으로 경쟁입찰을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20년~2022년 기간 중 산업은행이 체결한 총 계약금액(5517억8700만원) 중 수의계약 금액(1794억원) 비중은 32.5%였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수의계약 비중은 2020년 17.3%, 2021년 42.5%, 2022년 66.3%로 꾸준히 증가했다.

수의계약은 자회사와의 계약 등(1256억2300만원)이 70.9%로 가장 많았고, 특정인의 기술필요 등(453억6600만원, 25.6%)이 뒤를 이었다.

공공기관은 계약 체결 시 경쟁입찰의 방법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회사·출자회사와의 계약 △긴급한 경우 등으로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 등에 한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산업은행의 최근 3년간 수의계약 금액 비율은 과다한 상황"이라며 "101개 주요 공공기관과 비교해도 약 2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업체와 3건 이상 동일한 목적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쟁입찰 가능성을 피한 정황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당행 보유 한국전력공사 보통주 가치평가를 위한 용역계약'을 위해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2년 8월까지 1년 동안 회계법인 한 곳과 수의계약을 3회 체결했다. 산업은행은 계약내용 공개 시 '은행 업무 수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계약법령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에 따르면 비밀유지를 위해 수의계약을 체결 수 있는 사유는 국가안전보장, 외교관계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이 조항을 확대 적용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업은행이 지난 2020년 6월 9일 9400만원 규모의 '넥스트라이즈 2020 서울 총괄 운영 및 행사장 조성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한 점도 문제가 됐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계약은 계약법령에 따라 나라장터 공고를 통해 다수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2개의 업체로부터 오프라인으로 견적서를 제출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자조달시스템'에 공고해 '불특정 다수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유사 목적의 사업 금액을 분할해 경쟁 입찰을 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0년 10월 19일 하루동안 '높낮이조절 책상' 구입을 위해 세 곳의 회사와 각 3000만원, 2200만원, 41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규격별로 '일괄 입찰'에 부칠 수 있었던 사안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이라며 "윤리적 관점에서 계약법령상 취지에 맞게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관련 내용들을 국회예산정책처에 소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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