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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칼럼] 국격(國格) 있는 나라 만들기

[최광 칼럼] 국격(國格) 있는 나라 만들기

기사승인 2023. 09. 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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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 대구대 석좌교수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람에게 품격, 인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에도 품격, 국격이 있다. 개인의 재력이 곧 인격이 아니듯 나라의 국력이 바로 국격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력은 날로 증대하는 데 반해 품격 국격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력이 증대함에 따라 세계인들에게 점차 한국이 선망의 대상이긴 하여도 존경의 대상인 나라는 아니다. 이제 지도자, 지성인, 국민 개개인 모두가 품격 국격 있는 나라 만들기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일반 국민들의 무례와 폭력, 사기와 조작, 거짓말 등이 넘쳐흐르고, 남을 음해하고, 속이는 일이 다반사다. 세계에서 '욕'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국회에서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고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있으며, 노조의 투쟁에서 치명적 무기가 동원되고 사람이 죽어 나가는 나라에서는 국격이 설 자리가 없다. 청소년들의 비행, 학생들의 낮은 문해력, 교양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들의 언행, 낮은 시민의식, 정치인들의 파렴치한 언행 등 우리 주위를 둘러볼 때 우리의 국가 품격이 쓰레기 수준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품격 훼손, 국격 하락의 중심에 정치 지도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부정부패의 단골이고, 무지 무식한 연유로 정책을 두고는 배를 산으로 끌고 가기 일쑤다. 특히 386세대 중 종북 주사파 세력의 정치 참여가 나라 자체를 파괴하고 국격을 떨어뜨린 행태는, 한국사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사에서도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의 정치에서 정치인(statesman)은 없고 정치꾼(politician)만 판치고 있다. 정치가 바로 서지 않으면 국격 있는 나라가 성립될 수 없다. 현행 정치 구도 자체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외견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따라서 정치인의 등장 과정과 활동 내용에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오늘날은 전문가 사회다. 직장은 바꿀 수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각자 택한 직업에 평생 종사한다. 어느 나라든 정치인은 국민에게 존경받는 명예로운 직업이다. 따라서 정치인도 정치를 직업으로 택하고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중·고·대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가입하여 자원봉사를 하며 정치를 자신의 직업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기초단체 의회의 의원을 거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 의회의 의원을 거쳐 광역단체장, 그리고 광역단체 의원이나 단체장을 거친 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으로 도전하도록 해보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으로 도전할 시점에는 적어도 20년 정도의 정치경력을 쌓은 시점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많은 선진국에서 관행이다. 다른 전문직에 종사하다 갑자기 도지사,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는 우리의 전통과 관행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된 사회 경험도 없는 인물이 당의 최고위원이나 당 대표가 되는 현실에서, 당원도 아니었던 사람이 당 대표가 되는 지경에서 우리 정치가 바르게 굴러가길 어떻게 기대하는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치인이 탄생하면서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하여야만 정치인이 혐오의 대상이 아니고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연설이나 토론에서 원고를 읽는 정치인들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기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있기에, 중간에서 아마추어들이 나타나 막말과 포퓰리즘으로 인기와 지지를 얻고 정계를 휘젓고 물을 흐리는 따위의 일은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상대방의 정책을 서슴없이 비판하는 과정에서도, 정치적 도의는 충분히 지키며 막말이나 비방, '아니면 말고' 식 폭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국격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시민의식 수준은 어떠한가?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배우는 데는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 특히 초등교육이 중요하다. 반듯한 인성 교육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책임인데 오늘날 대한민국에 가정교육 자체가 있기는 한가?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에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비겁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약한 자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 '명예는 생명보다도 중요하다' 등의 덕목을 가르치고 있는가? 이러한 덕목은 부모나 교사가 어릴 때부터 귀에 따갑도록 반복적으로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가 자녀·학생이 어릴 때부터 훌륭한 덕목을 실천하도록 강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바른' 교육이란 개개인이 각자 자기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영위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몫을 찾아 사회에 봉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고, 대학에서는 취업이 목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올바른' 교육의 기본 목표는 기억력이 뛰어나고 지식량이 많아 박학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문제를 만들어 내고 이를 풀기 위한 논리를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국격 고양과 관련하여 영어 교육과 한자 교육 문제를 짚어 보자. 초등학교부터 심지어 유치원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도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어를 철저히 다져놓아야 한다. 표현하는 수단보다도 표현할 내용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책을 읽게 하여 우리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배우고, 활자 문화를 부활시켜 독서문화를 부흥시켜야 한다. 영어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머리가 꽉 차 있지 않으면 세계화 시대 경쟁력이 없다.

한글은 표기는 '가나다'로 하지만 우리말 개별 단어의 어원은 한자다. 한자를 모르면 표의(表意)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고 혼동이 생긴다. 예를 들어 PC에서 우리 말 '정부'에 해당하는 말로 서로 다른 뜻(의미)을 가진 한자를 찾으면 政府, 丁傅, 丁夫, 丁賦, 丁部, 征夫, 征賦, 情夫, 情婦, 貞婦, 正否, 正副, 正負, 頂部, 正賦, 淨符, 禎符, 貞符, 鄭傅 등 19개가 나온다. 문제는 한글사전에는 19개 중 5개 정도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글 전용만 하면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는데, 첫째 '정부'가 이들 19개 한자 중 어느 것을 지칭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 사용하는 단어 수가 19개에서 5개로 줄어 생각의 범위나 영역이 대폭 축소된다는 것이다.

초·중·고에서 기초 상용한자(常用漢字)를 단계별로 당연히 배우도록 해야 한다. 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의 문해력(文解力)이 매우 낮아 참으로 걱정인 지경이다. 대학생과 일반인들에게는 상용한자 이상의 한자 실력을 요구해야 한다.

국격을 고양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 지도자와 지성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지성인은 첫째로 역사, 철학, 문학, 예술, 과학이라고 하는 표면상으로는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교양을 몸에 듬뿍 지니고, 그러한 교양을 바탕으로 해서 일반 국민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세계관과 종합적인 판단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둘째로 지도자와 지성인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이 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기꺼이 생명을 바칠 수 있는 기개(氣槪)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지도층의 애국심 결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지도자와 지성인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격 있는 나라를 가지려면 두 가지 덕목을 가진 지도자와 지성인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비유하면 우리 사회는 중병에 걸려 있다. 사회 곳곳이 곪아 터지고 암세포가 활개 치고 있다. 중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고는 품격 있고 국격이 있는 나라가 세워지지 않는다. 우선 전문가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의 기본을 바로 세우면서 교육 전반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하고, 교양 있는 그리고 애국심 넘치는 지도자와 지성인을 갖도록 하자. 품격 국격 있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는 모든 부문에서 기초부터 다시 다잡아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광 대구대학교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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