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최고위 체제 이어질듯
사무총장·정무직도 사의표명
李 약속 깬 부결 호소 자충수
리더십 심각 훼손…구속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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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원내대표, 가결 책임지고 사퇴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21일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박광온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 최고위원의 일원으로서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를 요청하는 역할을 맡아왔다"며 "그런 설득에 따른 결론이 맺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해 사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정무직 당직자 전원도 사의를 표했지만, 당분간 업무를 이어가게 됐다.
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지도부 결정과 다른 표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취임했으며 4개월 여간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이끌어왔다. 민주당 내 합리적 온건파로 분류되며 '친이낙연계'로도 알려져 있다.
긴급 의원총회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오후 9시부터 11시 30분경까지 진행된 긴급 의총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중진 의원은 "탈당할 것"이라고 소리치며 의총장 밖으로 뛰쳐 나왔고,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다들 격앙돼있다. 서로 막말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의총 후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비명계를 공격 타깃으로 삼은 셈이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5명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명, 기권 6표, 무표 4명으로 가결됐다. 이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까지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지만, 30명 이상의 의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권 수석대변인은 '원내지도부는 사퇴하는데 최고위원들의 책임론은 나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고위에서 책임에 통감한다는 발언이 나왔다"고 답했다. 야당이 주인공인 국정감사에서 대여 견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원내대표단을 최대한 빨리 구성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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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찾아가 이 대표로부터 '통합적인 당 운영'을 약속받았다며 비명(비이재명)계 이탈표 단속을 시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 공천을 우려한 비명계 의원들이 가결로 기울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청래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당이 강경노선으로 계속 밀려가는 상황이 지금까지도 지속됐지만, 이번 체포동의안 사태로 더욱 강화됐다"며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 똑같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친명) 체제를 깨지 않으면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는다, 이런 부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소위 친명이라고 하는 친구들이 비명계 의원의 지역구에 꽤 많이 가서 현수막 걸고 사무실을 얻어놓고 있다"며 "그런 걸 당하고 있는 의원들이 부결표를 찍겠느냐? 지금 한 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유 전 총장은 "공공연히 떠들지 않느냐. 자객 노릇하겠다고 떠드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가결을 예상하며 "비명계 의원들에게 이번 표결은 마지막 기회로 여겨질 것"이라며 "이 기회를 놓치면 더이상 (이 체제를 흔들) 기회는 없구나 라고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전날 SNS에 게재한 장문의 '부결 호소문'에 실망한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스스로 어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의미다.
계파색이 흐릿한 한 수도권 의원은 전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국민과 약속을 깨는 것이라 동의하기 참 어렵다"고 했다. 유 전 사무총장도 "(이 대표의 SNS 글을 본 의원들이) 깜짝 놀라는 분위기더라. 심한 표현으로는 '아이고, 더는 당 같이 못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고"라고 전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도 SBS라디오에서 "방탄 프레임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과 약속"이라며 "희생을 약속했는데 그 희생이 사라진 상황이고 SNS 글이 그 약속을 깬, 말을 뒤집는 정당이 됐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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