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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선 고속열차 '후시'의 개통식이 열렸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개통식에서 "환경친화적인 대중교통의 현대화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열차가 질주하는 소리를 본 뜬 이름의 고속철 '후시'는 중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완공한 고속철이다. 수도 자카르타와 제3의 도시 반둥을 잇는 후시는 최고 시속 350㎞까지 달린다. 자동차로 약 3시간이 걸리던 이동 시간은 40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209m의 열차에는 약 60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당분간 후시를 무료로 운영하다 10월 중순께 티켓 가격을 확정하고 유료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운임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좌석 등급에 따라 편도 기준 25만∼35만 루피아(약 2만2000∼3만1000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중국 자본과 기술이 투입됐다. 지난 2015년 일본을 제치고 해당 프로젝트를 따낸 중국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예상 총 사업비 66조7천억 루피아(약 5조8600억원) 가운데 75%를 중국개발은행이 40년 만기 연 2% 금리로 대출하고 나머지는 인도네시아와 중국이 출자해 만든 인도네시아·중국 합자회사(KCIC)가 감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토지 보상 비용 급증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며 사업비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는 결국 113조 루피아(약 9조9300억원)까지 늘어난 사업비의 75%를 중국개발은행 대출로, 나머지는 KCIC의 증자를 통해 충당했다.
인도네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첫 고속철이란 타이틀은 따냈지만 수익성 부문에선 우려 섞인 전망이 많다.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이 많아 경쟁이 치열한데다, 고속열차의 운영·유지관리비도 적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업 지역에 위치하지 않은 역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자칫 채무의 덫에 빠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고속철도 사업을 반둥에서 제2의 도시 수라바야까지 연장할 것이라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인프라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다른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번 사업 수주 과정에서도 그러했듯 국가 보증 등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국가 보증을 요구하지 않고 더 '매력적'이고 큰 규모의 투자를 제안하고 있어 인도네시아는 물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일대일로의 유혹'을 떨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