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대신 동업자 가문 고려아연 지분 모으기 몰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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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재계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기업'이 모태다. 1970년에 영풍 석포제련소를, 1974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설립 후, 장씨일가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최씨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지난 50년간 독립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다.
하지만 50년간의 독립 경영의 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영풍의 석포제련소는 잦은 환경오염 사건으로 수 차례에 걸쳐 환경당국과 검찰의 조사와 처벌을 받고 있고 이번 국감에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을 넘어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로 발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독립경영의 성과는 최근 5년간 경영실적에도 확연히 드러난다. 영풍의 2022년 매출은 1조7936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 높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최근 5년 영업이익(별도기준)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 1조원에 육박한다. 영풍의 매출은 고려아연 매출액의 22%에 불과한 수준이며, 양사의 영업이익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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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풍과 고려아연은 같은 시기에 설립해, 같은 업종을 영위해 왔지만, 현 시점에서의 위상과 실적 격차는 상당하다.
영풍은 제련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석포제련소 주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환경부 과징금과 검찰고발, 최근엔 국감 증인 채택까지 이뤄졌다. 친환경 문제로 지난 2022년 영풍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2025년까지 총 7000억원 규모의 대대적인 환경 투자에 나선 상태로 전해졌지만 여전히 행정 소송 등으로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경영을 해온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비철금속 제련기술을 보유했음에도 제련업의 미래 성장성에 한계를 인식하고, 친환경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2022년부터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3대 신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투자로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 및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는 2차전지 소재사업과 자원순환사업, 중기적으로는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에서 새로운 매출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최근엔 IEA 핵심광물 서밋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초청되는가 하면 세계 유일의 올인원 니켈제련소 건설을 통해 중국 의존도 탈피가 핵심인 이차전지 원료 니켈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활발한 글로벌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영풍 장 회장의 행보에 대해 업계 시선은 부정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씨일가의 영풍이 고려아연처럼 성장했다면 장회장이 고려아연에 이렇게나 관심을 보일 이유가 있겠느냐"며 "자기 사업이 안되니까, 동업자 사업에 욕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간 상호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라면서 "동업자의 사업까지 넘보는 영풍을 글로벌 시장에서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영풍의 평판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