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증권담보융자 최고점 찍은 뒤, 1조1643억원 빠져
3高 현상 속, 위험 투자 기피하고자 하는 투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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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불확실한 증시 환경이 지속되면서 코스피 지수 하락과 함께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도 늘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장에 악재가 이어질 경우 빚을 내 투자를 이어가려는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7029억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1일 19조7865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이며, 잔고가 줄었다는 것은 차입 투자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하반기부터 초전도체·바이오·로봇주 등 짧은 주기로 테마주 장세가 펼쳐지면서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빚까지 내면서 매수세를 늘렸다. 이에 따라 최근 두 달 동안 신용거래융자 잔고액은 줄곧 20조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8일 20조4911억원으로 고점에 도달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지난 달 말부터 5일 연속 감소해 19조원대로 내려앉았다.
또한 주식(채권, 수익증권 등)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얼마 전 23조4285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곧바로 1조1643억원이 빠지면서 22조원대로 떨어졌다.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리스크 높은 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입 투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투자 방식이다.
3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지난달 중순까지 26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 지수는 4일 기준 2405.69까지 떨어져 2400선도 위태로운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도세로 지난달에는 코스피 기업 시가총액이 78조원가량 증발하기도 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코스피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공매도 거래대금을 총거래 대금으로 나눈 값)은 5.6%로 올해 들어 가장 크게 나타났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지난 6월 4.3%로 시작해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가 9월 들어 0.7%포인트 늘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은행주나 대형주와 같이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배당률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어야 금리가 높아도 대출을 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빚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심리 자체가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경우에 빌리는 것"이라며 "비용과 기대수익의 관점에서 본다면 기대수익은 크게 높지 않은데 비용도 높으니 양쪽 영향을 다 받는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