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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중동 순방 동행을 마치고 전세기를 이용해 사우디에서 오전 6시30분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한남동 자택에 들러 모친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오전 11시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추도식에는 직계 가족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부부도 선영을 찾았다.
선영에는 직계 가족 외에 삼성의 전·현직 사장단, 재경 부사장단 등이 찾아 참배를 했다. 가족들의 추모에 앞서 오전 10시께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부문 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현직 삼성그룹 사장단은 약 20분 동안 고인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고문단 30여명, 성대회 40여명, 의료진 20여분 등은 오후에 선영을 참배했다. 이날 참배를 위해 선영을 찾은 인원은 약 150여명이다.
추도식은 지난 1, 2주기 때 처럼 별도의 추모 행사 없이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가족과 경영진만 참여하는 비공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회장과 사장단 60여명은 선영 참배를 마친 뒤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선대회장의 3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에서는 선대회장의 업적을 되돌아보며 경영 철학과 기업가 정신 되새겼다.
이 회장은 작년 2주기 추도식 이후 가진 사장단 오찬에서 "회장님(이건희 선대회장)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소회와 각오를 밝힌 바 있다. 또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에 이어 2대 삼성그룹 회장을 지냈다. 반도체 사업을 키웠고 선제적인 투자로 삼성전자를 글로벌 최고 전자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선대회장이 취임한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삼성그룹의 매출은 10조원에서 387조원으로 불었다. 31년간 약 39배 성장한 것이다.
고인은 2020년 10월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6년5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2014년 이후 이 회장이 부회장 직함으로 삼성을 이끌며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다가 지난해 10월27일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이 선대회장 유족들은 지난 2021년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유족들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했다.
유족들은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도 꾸준히 납부하고 있다. 유족들이 부담하는 상속세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이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유족들은 유산의 약 60%를 사회에 환원했다. 유족들이 대규모 환원에 나선 것은 국가경제 기여와 인간 존중, 기부문화 확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역설한 이 선대회장의 뜻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이 선대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삼성의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학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미술품 기증에 대해 "투자 가치가 아니라 한국미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작품을 모아 국가에 기부했다"며 "근본을 파고드는 그의 심미안은 업의 본질을 추적하려고 했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날 이 회장이 선대회장의 3주기와 함께 오는 27일 회장 취임 1주년을 맞는 만큼 '뉴 삼성'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했다. 그러나 이날은 조용하고 엄숙한 추도식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27일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