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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자기 금고처럼…GDP 6% 횡령한 재벌에 베트남 발칵

은행을 자기 금고처럼…GDP 6% 횡령한 재벌에 베트남 발칵

기사승인 2023. 11. 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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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은행을 통해 불법·허위대출 등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횡령한 쯔엉 미 란 반팅팟 그룹 회장. /뚜오이쩨
부동산 재벌이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은행에서 허위 대출을 통해 저지른 대규모 횡령에 베트남이 발칵 뒤집혔다.

22일 현지매체 뚜오이쩨에 따르면 베트남 공안부는 최근 쯔엉 미 란 반팅팟 그룹 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은행운영 규정 위반, 횡령 등 세 가지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의견을 냈다. 공안부는 반팅팟 그룹이 1000개가 넘는 국내외 자회사와 계열사 등을 동원해 자신들의 생태계를 구축했고 흡사 "대규모 범죄조직처럼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란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SCB은행을 통해 허위 대출을 받는 형식으로 대규모 횡령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란 회장 본인은 SCB에서 별도의 직책을 맡고 있진 않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측근들을 주요 직책에 앉힌 후 배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란 회장과 이들은 담보에 대한 법적 절차를 완료하지 않고 자금을 우선 지급하거나, 수천 개의 법인(페이퍼컴퍼니)을 설립한 후 이 곳에 대출을 승인하는 방식 등으로 거액의 은행 자금을 챙겼다.

란 회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2018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허위 대출 등으로 횡령한 자금은 총 304조동(16조3552억원)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6%이자, 베트남 내 억만장자 5명의 순자산을 합친 금액보다도 많다. 금리까지 고려한다면 415조동(22조3270억원)에 달하는 거액으로 뚜오이쩨는 "전에 없던 횡령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은행을 자신의 금고처럼 쓴 란 회장의 천문학적 횡령이 드러난 것은 안동투자그룹 회사채 불법 발행 조사 과정에서다. 이들이 2018년부터 SCB를 통해 안동투자그룹에 25건의 회사채를 불법 발행하며 전국에서 4만여명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들은 수많은 채널을 동원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거액을 챙기는 과정에서 SCB은행의 위반사항을 은폐하기 위해 중앙은행(SBV) 감찰국장 등 관계자들에게 520만 달러(67억704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기까지 했다.

란 회장은 허위 대출로 받아낸 금액을 사전에 만든 유령계좌로 이체해 '세탁'한 후 운전기사를 통해 자신의 집 등으로 나르게 한 것으로 알려지며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국은 란 회장과 함께 이번 사건에 연류된 85명에 대해서도 기소의견을 내는 한편 해외로 도주한 전직 SCB 이사회 의장 2명과 부하직원 등을 뒤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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