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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신병동’ 장률 “좋은 인연들과의 작업, 축복이었죠”

[인터뷰] ‘정신병동’ 장률 “좋은 인연들과의 작업, 축복이었죠”

기사승인 2023. 11. 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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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장률/제공=매니지먼트 mmm
"좋은 인연들과 만나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따듯한 시선과 마음이 담긴 작업을 한 것이 축복이었어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장률은 극 중 준수한 외모에 능력까지 갖춘 정신의학과 의사 황여한 역을 맡았다. 고윤(연우진)의 친구이자 다은의 과거 과외 선생님이자 선배로 지원군으로 활약한다. 또 간호사 민들레(이이담)를 향한 마음과 함께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한 대형 병원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 그려지기에 촬영 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 이유에는 마음을 울린 대본이었다. 처음 대본을 보고 여섯 시간 동안 눈물이 흐를 만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제가 정신을 차려야 했어요. 이야기의 인물로 살아 있지 못하고 '인간 장률'로 허우적 되고 있으면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없잖아요. 제작진이 강남성모병원 정신의학과에 자문을 구하도록 해주셔서 의사 선생님, 간호사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빨리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해 한 분을 붙잡고 물어보고 전화번호도 교환해서 자문도 구했어요.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나 의사로서의 애티튜드를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싶은 순간들을 질문해 나가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려고 했죠. 대본을 보며 펑펑 운 날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제가 환자를 대할 때 이렇게 울어도 되나요?'라고 여쭤봤어요.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많이 슬프면 울어도 됩니다'라고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의사도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지'라는 생각들을 하면서 '의사'와 '인간 장률'로서의 시선들을 잘 섞어 표현하려고 했죠."

장률
장률/제공=매니지먼트 mmm
6시간을 울게 한 에피소드는 7화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남겨졌다'였다. 극 중 아이와 아내를 연이어 잃고 힘든 시간을 겪다 병원을 찾게 된 '준기'(김대건)의 사연은 마음이 아팠다. 또 병원 식구들과 환자들은 PTSD(외상스트레스) 치료에 관해 알게 된다.

"그 에피소드는 컨퍼런스도 진행하고 의사로서 중요했죠.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랬던 순간이 있어요. 이 작품의 외상스트레스 장애를 다루면서 가장 큰 줄기는 '다은'이라고 생각해요. 김서완이라는 환자를 잃게 되면서 외상 스트레스를 얻고, 하얀 병원에 가는 게 걱정이 됐죠. 많이 운 날 용기 내 메시지를 보냈어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거든요. 다은과 여한이 깊은 관계라고 생각해 '응원할게요' '이 연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저는 그런 사연들을 보면 보영 씨가 견디면서 잘 살아내신 것 같아 큰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있어요."

여환이라는 인물은 극 중 인물과 인물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청자들이 여한을 통해 인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수 있다. 병원 안에 있는 모든 인물들과의 관계성 안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작품에서 만난 배우들과 에너지가 잘 생성됐고, 좋은 인연을 만나 작업한 것이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했다.

"좋은 인연들과 만나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따듯한 시선들이 잘 담기는 따듯한 마음과 시선이 있는 작업을 한 것이 축복이었어요. 예를 들면 찐친 바이브를 내야 했던 연우진 선배에게 다가가기에 조심스러웠어요. '우리 친해지자'라는 걸 못 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순간이 있었어요. 선배에게 다가가 '진짜 친한 친구 역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했더니 '걷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어깨동무를 한 뒤 '이런 게 아닌가?'라고 하셨죠. 한 번의 행동과 신체 언어가 주는 게 어마어마했어요. '이렇게 하면 친해질까?' 이런 생각이 다 무너지고 '우진 선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꺼내는 연기를 다 이야기해도 되겠구나', 진짜 친한 친구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되는 그런 마음이, 고맙다는 마음이 피어났어요."

장률
장률/넷플릭스
장률
장률/넷플릭스
장률
장률/넷플릭스
민들레와의 러브라인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여환이 끊임없이 다가가지만, 민들레는 밀어낸다. 그럼에도 여한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가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성장시켜주기도 한다.

"여환이 싫은 이유가 교집합이 없다는 지점이잖아요. 현실은 다르지만 똑같은 사람이에요.'너무나 멋진 들레라는 인물이, 이렇게 빛나는 사람이 자존감이 없을까'라는 점이 여환에게는 궁금했을 것 같아요. 들레에 대해 알아가며 들레가 가진 방어 기제를 이해하죠. '샌드위치 정도는 내가 사게 해 줘요'라는 여환의 말처럼 가장 소박한 것부터 들레를 채워주고 그 곁에 있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것 같아요."

들레는 간호사가 아닌 크루즈 승무원의 꿈을 향해 나선다. 여환은 그런 들레의 꿈을 응원한다. 장률이라면 여환처럼 응원할 수 있을까. 연습실 밖에서 들레를 바라보던 여환의 모습이 떠올라 장률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큰 상황에 놓여보지도 않고 쉽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꿈을 꾸면서 사는 사람이에요. 배우라는 일을 하고 있고 계속 꿈꾸는 직업을 하고 있어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들레의 꿈을 응원하는 여환의 마음은 너무 이해가 잘 됐고, 들레가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연습실 앞에서 여환은 그걸 알아챘을 거예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야 할 곳이 저기구나'라고요."

시청자도 장률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는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루하루 보내며 어떤 사람과 대화를 했고, 그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많이 꺼내서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제가 한 2년 전쯤 제 방에 큰 화이트보드를 뒀어요. 그 보드가 여러 역할을 해요. 인물에 대해 떠오르는 걸 적고, 대사를 적을 때도 있고, 제 감정들을 나열해 나가요.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그때그때 확인하고 지워요. 연기적으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생각의 꼬리를 물어 잠이 안 왔던 시절이 있었는데 보드 사용 후부터는 잠도 잘 자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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